지방선거와 공무원의 애환
지방선거와 공무원의 애환
  • 문명혜 기자
  • 승인 2009.10.22 17:44
  • 댓글 0

내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가까워오면서 서울시 공직사회의 관심도 점증하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만도 20여명이 거론되고 각 자치구 구청장 역시 서울시 못지않게 많은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내년 지방선거는 빠뜨리지 않는 화제거리다.
공무원들이 내년 선거에 관심을 쏟는 것은 ‘월계관’의 향방이 자신들의 신상에 영향을 미쳐 온 학습효과 탓이다.

1기부터 4기까지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당선자에 따라 인사 후폭풍이 일었는데 전임자와 ‘동향’이라는 이유 때문에 정들었던 근무지를 떠나야 했거나 ‘한직’으로 밀려나야 했던 공직의 애환은 셀 수 없이 많다.
한 공무원은 “요직에 앉아 있지도 않았고 전임 구청장과 가깝지도 않았는데 영문도 모른채 타구로 쫓겨가 한참동안 분해서 잠도 자지 못했다”고 아픈 기억을 끄집어 낸다.
또 다른 공무원도 쓰린 경험을 토로한다. “선거 영향으로 전출와 6년간이나 동사무소를 전전하다가 겨우 인정받아 이제야 자리를 잡았는데 내년 선거 때문에 또 추운 곳으로 좌천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라며 한숨짓는다.

타구에서 ‘특별한’ 이유로 전출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동료들이 왕따시켰다는 말을 하면서 한 공무원은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비통에 잠기기도 한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공무원들이 예년과 달리 특별한 관심을 쏟는 이유는 정치지형의 변화 때문이다.
민선4기를 거치는 동안 1,2기와 3,4기를 각각 독점해 온 양대 정당의 지지도가 균형을 잡으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내년 지방선거는 팽팽한 접전을 점치고 있어 그동안 일정한 결과를 내놓은 몇몇 구를 제외하곤 선거결과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이다.

공무원 입장에서 선거결과를 예측해 보는 것은 자신의 앞날을 내다보는 미래경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으므로 정치적 중립과는 별개로 각별한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다.
지방선거가 없어진다면 선거의 결과로 인한 공무원의 애환도 생기지 않겠지만 민주주의 핵심인 지방자치가 없어질리도 없고 정실인사의 역사성과 당위성이 현실적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선거 후폭풍은 계속될 것이다.

‘안정성’ 때문에 최고의 직업중 하나로 꼽히는 ‘공직’. 가까이 들여다보면 여느 직업과 마찬가지로 애환이 있고 지방선거는 애환을 가져다주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