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입학이 저출산대책?
조기입학이 저출산대책?
  • 김은경 기자
  • 승인 2009.12.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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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경 기자

최근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출산이 곧 ‘애국’으로 인식되는 현상황은 그간 이 땅의 엄마들이 겪어온 양육의 고달픔을 다소나마 위로하는 측면이 있다. 참 반가운 인식전환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저출산·문제해결을 위한 정책적 제안들은 적지않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최근 미래기획위원회가 ‘제1차 저출산 대응 전략회의’에서 제시한 정책과제도 마찬가지다. 미래기획위원회는 우선 자녀 양육부담에 대한 경감방안으로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1세 낮추는 방안을 ‘적극’ 제시했다. 조기에 사회에 진출토록해 절감재원을 보육과 유아교육에 집중 지원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것. 하지만 이는 ‘현실’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경제활동인구 증가를 위해 일찍 입학시켜 사회로 조기 진입시킨다는 단순한 경제우위적 사고방식이 염려스럽다. 이는 단지 경제적 관점이 아니라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과 관련된 문제로 ‘사람’의 사회적 발달단계와 심리적 적응력 등을 동시에 심사숙고할 난제다. 흔히 빠른 1, 2월생의 경우 입학을 1년 유예하는 현상황은 아이의 신체적, 인지적 발달 등 전인적인 발달상황을 고려해 내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최적의 교육시기와 여건을 고민하는 진정한 부모의 마음을 반영한다.

또 조기 입학이 중산층의 출산의지를 제고한다는 설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실제로 양육을 둘러싼 고민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믿고 맡길만한 보육시설 및 유치원의 부재라는 상황도 큰 장애지만 종일반프로그램이 갖춰져 있어 그나마 낫다. ‘겨우 학교 보내고 뒤돌아서면 아이가 와 있다’는 우스개는 현실을 직시한 유머다. 이른 하교와 방학기간에 대한 무대책, 수시로 평일까지 쉬는 자율휴업일 등 성의없는 학교교육은 일하는 엄마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특히 조기입학으로 양육비용이 절감될 것이란 제안에는 할 말이 없다. 학교 방과후 프로그램은 대개 1시부터 3시면 끝난다. 그나마 겹치는 시간대가 많아 매일 수강도 어렵다. 일하는 엄마들은 고민 끝에 긴긴 오후를 아이 혼자 보내지 않도록 영어, 피아노 등 학원에서 친구도 사귀고 필요한 교육도 받도록 한다. 퇴근까지 아이가 감당해야할 외로운 시간을 채우는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비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또 대입이나 취업시 우대, 부모의 정년연장 등 다자녀가구에 대한 사회적 인센티브 부여방안도 사회적 ‘역차별’이란 역풍에 휘청대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전문가의 정책대안이라면 현실을 직시하고 그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