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소받는 정치자금 기탁
냉소받는 정치자금 기탁
  • 문명혜 기자
  • 승인 2009.12.1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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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발전을 위한 기탁금제도가 공무원들에게 외면 당하고 있다.

해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각 시·도 및 기초자치단체에 정치자금 기탁 협조공문이 내려오는데 올해도 예외없이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 협조공문이 내려왔다.

공문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소액다수의 기부문화를 활성화 해 정치인이 건전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치자금 기탁을 홍보하고 기탁금을 수탁받고 있으니 적극 동참해 주기 바람.”, “정치후원금 기부시 최고 10만원까지 전액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음.”이 주요 내용이다.

공문을 받아 든 공무원들의 반응이 시니컬하기만 하다.

본청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얼마전 공문이 내려왔는데 누구하나 관심이 없고, 내가 아는 한 아무도 기탁한 사람이 없다”고 귀뜸한다.

구청에 근무하는 공무원도 “10만원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으니까 협조하자는 동료도 있지만 별로 내고 싶지 않았다. 10만원을 내고 10만원 전액을 돌려 받는 건 결국 국민세금이 정치후원금으로 전용되는 것 아닌가”라며 뼈있는 지적을 쏟아냈다.

하지만 기탁금 협조공문이 일정한 효력이 있었음이 확인되기도 한다. 또 다른 구청의 직원은 “각 구청마다 ‘할당’ 비슷하게 내려왔고 팀장이 ‘세액공제’를 강조해 어쩔 수 없이 낼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정치자금 기탁금은 개인이나 공무원, 교육공무원들이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하면 선거관리위원회가 원내 정당 의석수에 따라 배분하는 제도인데 건전한 소액다수 후원금을 통한 깨끗한 정치를 구현한다는 취지가 실려 있다.

문제는 우리의 정치권이 정치발전 보다는 너무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어 국민들, 심지어는 공무원에게 까지도 신뢰를 주지 못하는데 있다.

더구나 기탁금이란 명목으로 걷은 정치자금이 세액공제로 다시 후원자에게 되돌려지는 점은 결국 ‘국민세금의 정치자금화’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소액다수 정치자금이 깨끗한 정치를 만든다는 제도의 기본 취지야 충분히 공감이 가지만 국민이나 공무원이 자발적으로 정치인을 후원하는 풍토가 조성되려면 우리의 정치권이 더욱 성숙된 정치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