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 파문, 그 명암
재산세 파문, 그 명암
  • 시정일보
  • 승인 2004.08.26 23:58
  • 댓글 0


재산세 감면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재산세율을 인상하면서부터 시작된 이 파동은 쉴 새 없이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서울 강남구가 지난 5월 재산세율을 감면한다고 알렸을 때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려니, 부자 동네가 지역주민의 인심을 얻기 위한 지역이기주의이려니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성남 등 수도권 도시는 논외로 하더라도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재산세율을 경감했거나, 그럴 것으로 알려진 곳은 12곳이다.
강남구를 시작으로 송파구, 강동구, 서초구, 광진구, 양천구, 성동구, 중구, 용산구, 영등포구, 노원구 등이다. 서울 자치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여기서 재산세 파문이 가라앉지 않는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서울시에서 교부금을 받는 ‘덜 사는’ 자치구들도 이 움직임에 동참하는 건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재산세 파문은 우리에게 두 가지 느낌을 전달해 준다. 하나는 소위 ‘가진 자(Haves)’들의 반란이다. 돈이 아깝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금 경제가 어려운데 세금이 2배 이상 오른 게 정상이냐고 항변한다. 하지만 전에 비해 엄청나게 오른 집 값을 생각하면 인상된 재산세는 조족지혈(鳥足之血)이라고 다른 쪽에서 비판한다.
또 다른 하나는 이성을 배제한 채 ‘베끼기’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 강남구가 감면을 시작하자 다른 지역의 주민들이 “우리 구 의원들은 뭐 하는 거야”라며 의회와 구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표밭을 무시할 수 없는 의원들은 서둘러 감면을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감면비율을 구청장 재량인 50%에서 적당히 타협해 결정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강남구와 중구의 경우 감면비율이 30%인 반면, 재정상태가 열악한 자치구는 10∼20%에서 결정했기 때문이다. 사실 한 자치구는 집행부가 나서 30%를 감면하면 서울시에 ‘찍혀서’ 교부금을 받지 못해 사업에 차질이 생긴다며 의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이번 재산세 파문은 결국 “부과하면 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무턱대고 올린 정부측에 1차 책임이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감면이 적절한지 치밀한 분석도 없이 장래 표를 걱정해 소수의 집단에 떠밀린 지방의원과, 남의 집 불 구경하듯 하는 민선단체장도 2차 책임을 부담해야 하지 않을까.


方鏞植 기자 / argus@sij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