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주민? 누구를 위한 공천인가
정당? 주민? 누구를 위한 공천인가
  • 김은경 기자
  • 승인 2010.01.0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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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방선거 정당공천

올해 6.2지방선거 동시실시를 앞두고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문제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는 여야간 합의를 통해 현행대로 정당공천제를 유지하기로 합의했으나 학계, 시민단체, 지자체 등으로 구성된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폐지를 위한 국민운동본부’는 기초선거 정당공천문제를 지속적으로 공론화해 이를 지방자치의 시대적 화두로 공고화했다.
여기서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지닌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둘러싼 논의를 점검하고, 한국적 현실에서의 파급적 양상을 검토하고자 한다.
또 당내 민주주의 정착과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제시되는 ‘국민참여 경선제’, ‘지역정당 제도화’, ‘한시적 유보방안’ 등을 ‘정당’이 아닌 ‘주민’을 위한 지방자치의 대안으로 본격 모색한다.


정당공천폐지 국민운동본부 출범
국회의원 지역기반 수단으로 전락
‘공천=당선’ 특정정당 지방독점

정치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의 분권에 대한 요구가 드세다. 물밑작업을 거쳐 지난 2009년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지방분권국민운동 정치분권 특위,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전국국공립교수회연합회는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폐지를 위한 국민운동본부’를 구성, 출범시켰다. 그간 국민운동본부는 각 지역별 순회 토론회 및 간담회를 개최하는 한편,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폐지 일천만명 서명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왔으며, 사회원로 선언 및 전문가 학계 선언 등을 이끌어냈다. 또 각 정당 대표와의 간담회를 통해 공직선거법 개정을 촉구하는 등 정당공천제 폐지 공론화에 일조해왔다.
국민운동본부 이인규 사무처장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 국민여론 약 70%가 정당공천 폐지에 찬성하는 상황 속에서 지금까지 시민사회단체나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부분적인 폐지운동은 있었으나 이 모두를 아우르는 진정한 의미의 국민운동으로 전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그 의의와 성과를 밝혔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의 찬반 쟁점들
하지만 지난해말 국회 정개특위는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합의해 한참 무르익던 공천제 폐지 논의에 찬물을 끼얹었다. 국민 다수의견과 학계 다수학설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반대하고 있으나 국회는 여전히 정당공천제를 적극 고수하고 있다. ‘예상된 결론’이라는 지적이다. 기초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 유지는 강력한 중앙정당체제와 지역분할구도 하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지역에서의 정치적 기반과 영향력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은 정당정치가 안정되고 당내 민주주의가 정착된 경우 지방정치의 책임성을 제고하고, 검증된 후보자에 대한 선택이 용이해지는 등 순기능이 기대되지만, 한국의 현실처럼 당내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못하고 지역주의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 역기능이 더욱 크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당내 민주주의 부재’와 ‘지역주의’로 압축된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과 교수는 그간 몇 차례 지방선거 결과 정당공천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훨씬 크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당내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아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인에게 예속돼 훌륭한 지역정치인을 키우기보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말을 잘 듣는 후보자를 내세워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에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천과정에서 금품비리와 부패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고리로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며, 국회의원도 공천 영향력을 통해 지방정치인을 국회의원 선거요원으로 활용, 지역에서 국회의원의 선거독과점을 초래해 신인의 정계 진출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당내민주주의의 미비는 지방정치인이 공천권을 행사하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도록 해,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 변질시키고 결국 심각한 금권선거, 당권선거의 문제를 발현한다. 이는 임기 중 불법적 이권으로 연결돼 지방자치의 발전을 저해하며, 그 피해는 주민들에게 돌아간다는 논리다.

◆◆◆ 당내 민주주의 부재와 지역주의의 문제
특히 ‘지역주의’는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등식을 성립시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황아란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주의 공천과 투표로 인한 특정정당의 지방정부 독점현상이 지방정치에서 정당정치의 몰락을 가져왔으며, 지역주의는 ‘정당내 경쟁이 존재할 뿐 정당간 경쟁은 사라지게 만들었고, 결국 지방정치는 존재해도 지방의 정당정치는 존재하지 않는 정당정치의 몰락’이라는 기형적 정치현상을 낳았다”(지방자치시대와 정당정치, 2001)고 비판했다. 또한 지역주의는 중앙정치에 의해 특정 정당의 집행부와 의회의 독식현상을 배태함으로써 ‘균형과 견제’라는 지방자치의 본연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정당간 불합리하고 대립적인 대결전선을 형성해 지방자치의 효율성 및 민주성을 저해하는 근원적 문제로 파급된다.
유태철 동작구의원은 “현행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는 지방정치의 중앙정치로의 예속화를 초래해 지역별 ‘맞춤형 행정’ 추진이 어렵고, 각종 비리 등으로 인한 정치혐오감이 지방으로까지 확산돼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에 큰 장애로 작용한다”며 지방자치의 자율성 확보와 지방발전을 견인할 우수 인재의 유입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공천을 받기 위해 수년간 정당생활을 거쳐야하는 등 불필요한 시간적 소비가 많고 공천권자의 인정을 받기 위해 충성 경쟁을 요구받는 현실적 제약에서 우수 인재가 지방자치 무대로 진입하는데는 실제로 많은 한계가 존재한다”고 부연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의 폐지론은 지방자치를 자율적인 ‘지방행정’의 관점에서 구현하고자 한다. 반면 정당공천제 유지론은 지방자치는 정치중립이 아닌 가치배분을 결정하는 ‘지방정치’라는 관점에서 조명하려는 시도다. 즉 지방선거에서의 ‘정당’ 참여는 대의제 민주주의 구현을 기본전제로 민의를 수렴해 정책을 수립, 집행하고 이에 대한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핵심적인 기제라는 입장이다. 평행선을 긋는 두 입장 사이에서 당내민주주의가 정착하지 못해 정당공천으로 인한 폐단이 큰 한국적 현실에서 정당정치가 성숙하고 당내민주주의가 정착되기까지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유보 및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학계의 다수를 형성하고 있다.

◆◆◆ ‘주민’ 위한 지방자치제도의 대안들
세부적인 대안에 대한 논의도 치열하다. 앞서 언급한 ‘당내민주주의’ 강화를 위해 본질적으로 ‘정당의 민주화’와 ‘상향식 경선의 투명성’을 통해 공천권을 ‘주민’에게 되돌려주는 ‘국민참여 경선제’ 또는 ‘개방형 예비선거’ 등을 통해 개선하자는 견해가 있으나 상당 시간을 요하는 이상안이라는 지적이다. 또 지방정치의 중앙정당 예속화의 폐단을 막기 위해 ‘지역정당’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제시되나 현재와 같은 정당 구도하에서 효과적인 대안이 될 지는 미지수다. 학계 다수견해처럼 정당공천제를 여건이 성숙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배제하는 방안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고 있지만 ‘국회’라는 장벽에 부딪혀 법제화까지는 가야할 길이 멀다.
이기우 교수는 가장 현실적이고 실천가능한 방안으로 “일본의 경우 지난 2007년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의 99%, 기초지방의원의 73%가 무소속으로 당선됐다”며 “유권자 운동으로 ‘정당대표’ 대신에 ‘주민대표’를 뽑는 방안”을 제안했다. 정당공천을 받은 후보자를 배제시키고 무소속 후보를 선출하자는 것. 유태철 의원은 “선진국의 경우 지방정치에서 ‘무소속’이 대세인 경우가 많다”며 정당위주의 바람 선거가 아닌 정당보다는 ‘인물’ 본위로 투표하는 주민의 현명한 선택이 지방자치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난제를 해결하는 첩경은 초심(初心)으로 돌아가는 것. 정당이나 국회의원이 아닌 ‘주민’을 바라보는 지방자치가 우리가 추구하고 모색해야할 정도(正道)임은 분명하다. 金恩敬 기자 / kek71@hanafos.com


‘정당공천’ 찬 VS 반
유능한 인재 유입 ‘순기능’
지방토호세력 강화 ‘역효과’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입장과 지지하는 입장간에는 ‘지방선거와 지방정부의 위상과 역할’을 정의하는 근본관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 지방선거에서 정당 참여는 그간 ‘제한적’ 허용에서 지난 2006년 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모두 전면적인 정당공천 허용으로 선회했다. 지난 1990년 제정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법에서 시ㆍ도의회의원과 시ㆍ도지사는 정당공천을 허용하고, 구ㆍ시ㆍ군의회의원과 구ㆍ시ㆍ군의 장은 정당공천을 허용하지 않는 ‘부분적인 정당 참여가 허용’됐다. 1995년 구ㆍ시ㆍ군의회의 의원을 제외하고 정당공천이 허용되고, 시ㆍ도의회 광역지방의회에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
2002년 개정법률은 비례대표에 여성 후보자를 규정했고, 비례대표제를 위한 정당투표제가 도입됐으며, 2006년 선거를 앞두고 2005년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그간 제한되었던 기초지방의회의원의 정당공천을 허용했다. 또 기초지방의회선거에서 한 선거구에 2명에서 4명의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를 도입했고, 비례대표를 10% 도입하는 동시에 그중 50%는 여성을 추천하도록 하는 할당제를 규정했다.
강경태 신라대 교수는 당원중심의 정당, 민주적이고 상향적인 정당의 존재를 전제로 지방선거에서의 정당 참여를 지지하면서 정치의 다원화와 지방화 추세와 관련, ‘지역정당’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행 정당법 제17조 ‘법정시ㆍ도당수’와 제44조 ‘등록의 취소 규정’에 대한 개정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와 더불어 현행 중선거구제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중선거구제 도입으로 방대해진 선거구 내 여러 직능단체를 의원 혼자서 살핀다는 현실적 어려움이 우선 제기된다. 또한 국회의원과 광역의원 선거는 소선거구제로 규정하고 기초의원에 한해 중선거구제를 도입한 것은 공직자 선출제도의 일관적인 운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당초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도입된 중선거구제는 오히려 다수 후보자의 난립으로 인한 선거에 대한 저조한 관심으로 연계돼 선거자체에 대한 근본적 회의론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한편 기초의원의 의정활동 지원을 위한 정책보좌관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비용문제와 개인 비서화 가능성, 비적임자의 진입 등을 우려해 반대하는 의견도 존재하나, 현행 중선구제에서 넓어진 지역의 민원현장을 누벼야 하는 기초의원들은 의정업무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각종 제도적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간 실질적인 ‘견제와 균형’을 위해 지방의회 사무직원에 대한 인사권 문제와 의원 보좌기능 등은 입법활동의 전문성을 위해 보완돼야할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실상 많은 이슈들에서 정당공천 배제론과 지지론은 첨예하게 대립한다. 유능한 인재의 유입이란 이슈만 해도 그렇다. 정당공천 배제론은 정치에 입문해 수년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유능한 전문가들의 진입에 한계로 작용한다는 지적이지만, 유지론의 일각에선 정당공천이 폐지되면 오히려 지방토호세력이나 지역유지들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들의 인맥과 이권관계가 더욱 공고화돼 지방정치가 더욱 보수화, 수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논쟁의 핵심은 결국 기초선거의 정당공천문제는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활동성과 생산성을 중심으로 ‘주민’의 시각으로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