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의 계절
레임덕의 계절
  • 문명혜 기자
  • 승인 2010.02.1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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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혜 기자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임기만료가 가까워 오면서 ‘레임덕’이 관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단체장의 임기 말이 되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다소의 권력누수는 있게 마련이지만 차기 출마가 유력한 현역들에겐 먼나라 얘기일 수도 있다.
공연히 레임덕을 부추겼다가 구청장이 재신임에 성공하면 다음 임기동안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한지로 ‘유배’를 떠나거나 모두가 꺼려하는 텅 빈 ‘창고’로 책상을 옮겨야 하는데 너무도 위험한 모험임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레임덕은 4기 연임을 허용하지 않는 현행법 탓에 차기 출마가 불가능한 3선들에게 일어나는 것이 자연스럽다.
차기 구청장에게 인정을 받으려면 아무래도 에너지를 아껴두고 싶은 게 인지상정인데, 아껴두는 에너지야말로 레임덕이 자라는 온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의 한 자치구 구청장은 재선시절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주며 ‘미스터 추진력’으로 까지 불리더니 3선 막바지에 이르면서 구정의 역동성이 시들해지고 통상업무만 간신히(?) 유지된다는 소문이 파다할 정도로 레임덕을 겪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3선이라고 예외없이 레임덕의 원칙이 적용되는 건 아니다. 강북의 한 자치구의 경우는 레임덕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공무원들의 살아있는 눈빛과 구청장에게 인정 받으려는 충성경쟁도 여전하고, 청장자신도 동 구석구석을 누비며 구민들의 민원을 청취하는가 하면 그동안 추진해온 사업들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꼼꼼히 챙기고 있으니 ‘유종의 미’란 바로 이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구청장을 지근거리에서 지켜 본 주변에서 전하는 ‘레임덕리스’의 요인은 두가지다.
하나는 구청장 자신의 태도다. 10년 전이나 차기가 없는 현재나 한결같은 자세로 업무에 충실하다 보니 구청에 레임덕이 자리잡을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구청장의 무리없는 인사를 꼽는다. 불편부당한 인사정책을 끝까지 유지해 인사에 불만없는 공무원들이 청장에 대한 예우와 충성에 소홀함이 없다는 해석인데 꽤나 설득력 있게 들린다.
레임덕을 걱정하는 모든 기관장들이 유의해야 할 말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