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회 폐지에 앞서 지방자치 근본을 먼저 생각해야
구의회 폐지에 앞서 지방자치 근본을 먼저 생각해야
  • 정칠석 기자
  • 승인 2010.02.1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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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체제개편특위 법안소위가 7개 특별·광역시 구의회를 2014년부터 없애기로 잠정합의했다고 한다. 특별·광역시의 구청장은 현행처럼 민선으로 뽑되 구의회 기능은 대신 시의원 수를 늘려 구청장 견제기능을 보완하고 구청장과 해당 구 출신 시의원 및 구민 직능대표 등으로 이뤄지는 구정협의회를 통해 주요 정책 현안을 협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그 합의안의 골자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잠정 합의안인 만큼 앞으로 여론수렴 절차를 거치는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이는 지방자치의 근본을 허물어 뜨릴 수 있는 제도변화라는 점에서 심히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구의회는 지방자치의 기초단위로서 단체장을 비판ㆍ감시하는 원론적 기능을 갖고 있다. 아울러 지방자치는 주민들이 직접 단체장을 선출하기도 하지만 주민 스스로 의회를 구성해 참여와 견제ㆍ감시 역할을 하는 게 더 중요한 본질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런데도 효율성 때문에 구의회를 없애겠다는 인식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으며 입법화를 서둘러거나 가벼이 결정할 사안이 결코 아니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부활된 것은 진정한 지방자치를 하기 위해 다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어느날 여야가 선명성 경쟁을 하다보니 어쩜 정쟁의 산물로 탄생한 것이 현 지방자치라 생각된다. 거기에다 정치권이 무보수 명예직에서 출발한 지방의회를 보수체계로 바꾸면서 정당공천제를 시작, 지역 국회의원 및 소속 정당의 하수인으로 전략시킨 것이 결국은 진정한 주민자치와는 동떨어지도록 하고 있는 가장 큰 장애물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구 의회 폐지 문제는 전반적인 지자체 운영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의 큰 틀 속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된다. 의원들의 자질이 낮거나 토호들의 친목모임으로 변질했다는 등 다소의 구의회 운영상의 문제점은 있지만 이런 문제가 있다고 해서 다른 개선책을 찾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구의회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울러 구의회 활동을 보다 투명하게 하도록 하고 주민들 속으로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대책을 찾는 것이 필요하며 진정 풀뿌리민주주의의 바른 토양을 위한 지방의회의 고유 권한과 기능을 갖출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제대로 정비하는 것이 더 급선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