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구려사 - 훔친 역사도 역사인가
중국의 고구려사 - 훔친 역사도 역사인가
  • 시정일보
  • 승인 2004.09.0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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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칼럼-김영섭 본지 논설위원

온 국민이 올림픽에 대한 관심으로 잠을 설치고 있는 동안 우리나라와 중국간의 고구려사에 대한 문제가 쟁점이 되어 우리의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그동안 고구려사에 관심이 많은 우리나라의 학자와 역사가 들이 중국에 가서 유적을 조사하고 잊혀진 고구려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하여 접하였는데 간혹 그들이 취재한 영상물들을 보면 고구려의 유적이 마구 방치되고 무관심 속에 훼손된 부분들이 많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중국은 고구려유적을 말끔히 단장하고 고구려를 자기의 예속국이며 역사라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지난 2002년 북한이 평양일대의 고구려 유적지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를 신청하자 중국도 현재 자신들의 땅에 있는 초기 고구려 유적을 유네스코에 등재하면서 이문제가 논란이 되었고 지금은 각 유적지마다 왜곡된 설명을 붙이고 안내원들로 하여금 고구려가 중국 역사의 일부라는 주장을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역사왜곡이 가장 심각한 초기 고구려의 유적이 남은 중국의 집안시와 환런시를 취재 한 바에 따르면 곳곳에서 중국의 문화와 관계 없는 온돌 흔적 등 우리의 주거문화들이 원형에 가깝게 드러나는데도 그들은 끝까지 고구려가 중국의 일부라고 우기고 있는데 지안시에 있는 국내성 서면의 경우 2000년이후 훼손이 매우 심각한 고구려 유적지 중 한곳이었는데 중국당국은 이 지역에만 약 300억원을 투자해서 판자촌을 철거하고 오솔길을 깨끗하게 정비를 하는 등 법석을 떨었다. 그리고 유적지의 안내원들을 교육시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역사왜곡을 자행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해서 중국이 이렇게 남의 역사인 고구려를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이유는 바로 영토문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통일이 되면 중국의 고구려사는 영토분쟁까지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조기에 이런 문제의 근원을 없애려는 획책이라는 것은 새삼 말 안 해도 생각 있는 자라면 모두 알 것이다.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우리가 깊이 생각해야할 점이 있다. 그동안 고구려 문제에 있어 외교적으로 마찰을 피하고 학술적 차원에서 해결하자는 합의가 있었고 우리 쪽에서는 그 합의를 믿고 있는 동안 중국 측에서는 정부차원에서 고구려사 왜곡을 진행하였으며 집체학습을 통하여 자국민들은 물론 세계의 관광객을 향하여 대대적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고구려가 중국의 예속 국이라고 주장하는 ‘중국변경역사지리연구센터’가 바로 중국국가가 운영하는 최대 규모의 학술단체인 중국사회과학원의 산하기관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우리는 정치적 입장으로 유야무야 넘어 간다던가 우호관계니, 평화적 해결이니 하는 맥 없는 구호를 나열하는데 그치지 말고 좀 더 냉철한 판단력을 가지고 중국의 논리를 뒤집을 수 있는 실질적이고도 실체적 자료와 연구 성과의 축적들을 토대로 그들의 패권주의를 깨뜨려야 할 것이다.
말로는 글로벌 시대라고 하지만 그런 만큼 국가 간 자국의 이익을 위한 경쟁은 점점 심화될 것이다. 먹느냐 먹히느냐 하는 정글의 법칙이 역사관에도 적용된다는 것이 가슴 아프긴 하지만 그것 또한 엄연한 현실임을 냉정히 곱씹어보아야 할 것이다.

(전국문화원연합회 서울시지회장. 동대문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