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자치구 인사 '錦衣夜行'
선거철 자치구 인사 '錦衣夜行'
  • 방용식 기자
  • 승인 2010.03.0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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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용식 기자

금의야행(錦衣夜行). 비단 옷을 입고 밤중에 다닌다는 뜻으로, 무슨 일을 해도 성과가 전혀 없다는 의미이다. 결국 헛심을 썼다는 말이다.

지난달 승진인사를 단행한 서울 성동구 사례가 이와 비슷하다. 성동구는 지난달 24일 5급에서 8급까지 승진명단을 발표했다. 달라진 것이라면 같은 달 18일 승진내정자 중 일부만 승진시키고 임명장을 줬다는 것이다. 7급은 17명 가운데 7명이 6급으로, 8급은 18명 중 8명만 7급으로 승진 임용됐다.

이런 일이 있자 승진 임용되지 못한 직원들은 ‘밥상을 차려줬다 뺏은 꼴’이라고 반발했다. ㅇ씨는 “애당초 상반기 승진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승진내정자로 발표하고 이제 와서 7월1일자로 승진시켜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선거가 있던)2006년은 물론 지금까지 사례가 없다”며 “서울시 공무원생활 30년 한 아버지도 이런 일은 없었다고 말씀하셨다”고 분을 토했다.

일부에서는 이런 반발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거가 있는 해, 사기앙양 차원에서 흔들리지 않고 업무에 열심히 하라는 뜻에서 올 하반기 승진대상까지 ‘내정자’로 발표했다는 것이다. 구 관계자는 “오히려 7월 근무평정에 들어가 승진배수 안에 들 수 있는 직원들이 반발한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내정자가 반발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장급 공무원 등 다른 간부공무원들도 이런 견해에 동조하면서 직급별 정원에 의거, 결원에 따라 승진 임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구는 <지방공무원정원조례>에서 일반직공무원의 직급별 정원을 4급 이상 1% 이내, 5급 6% 이내, 6급 21% 이내, 7급 31% 이내, 8급 31% 이내, 9급 10%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이런 논란은 결국 ‘그동안 없었던’ 일을 하면서, 승진내정자를 발표하면서 공로연수나 퇴직?휴직 등 결원에 맞춰 임용한다고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다는 데서 출발한다. 성동구는 구청장이 바뀐 2006년은 물론 지금까지 사전교육을 이수해야만 하는 5급은 승진내정자는 있었지만 6급이나 7급은 내정자가 없었다.

물론 앞으로 실수로 인한 유사사례는 없을 듯하다. 하지만 좋은 일 했는데 외려 뺨맞은 꼴이라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