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스포츠정신 ‘정치’에도 피어나길
동계올림픽 스포츠정신 ‘정치’에도 피어나길
  • 시정일보
  • 승인 2010.03.0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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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섭 논설위원

 

지난 2월24일은 한국빙상스포츠에 새로운 획을 긋는 기념비적인 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날은 캐나다 리치먼드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만m에서 우리나라의 이승훈 선수가 당당히 금메달을 땄으며 빙상피겨의 퀸으로 불리는 김연아 선수가 우리의 기대를 넘어선 기록으로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명예를 드높인 날이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태평양시대의 중심으로 경제, 문화, 스포츠, IT 등 에서 앞서가는 나라가 됐다.
특히 이번에 감동을 받은 것은 우리나라 이승훈 선수의 금메달 획득이후 가진 플라워 세리머니에서 보여준 네덜란드 선수의 훈훈한 스포츠맨 쉽 이었다.

그는 이날 자국의 동료선수가 실격으로 금메달을 대한민국에 빼앗겼음에도 적대감이나 라이벌 의식을 나타내지 않고 은메달을 딴 옆자리의 러시아 선수와 함께 이승훈을 번쩍 들어 올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승리자에 대한 존경과 축하의 세리머니를 보여 주었던 것이다.
그것으로 하여 우리는 금메달의 기쁨과 함께 진정한 스포츠맨쉽과 살아있는 올림픽 정신의 감동을 만끽하게 됐다.

네덜란드 선수는 이전에도 5000m 경기에서 이승훈과 나란히 출전한바있다. 그때도 결승선을 앞두고 마지막 터보 스퍼트로 자신을 제쳐버린 이승훈에게 아낌 없는 찬사와 축하를 해주었다고 한다.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자세는 비단 스포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짜릿한 승부와 감동 속에만 빠져있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치이야기만 나오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마치 흙탕물을 헤집는 기분이 들고 만다.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지역마다 점점 선거 분위기가 익어가고 있다. 도처에서 작든 크든 정치에 뜻을 둔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고, 공천을 위한 눈치 보기, 비위맞추기, 손 비비기는 물론 자신의 능력이나 신념, 지역을 위한 봉사정신이나 정치적 소신 따위는 전혀 상관없이 그저 몸값이나 올려서 이익을 취하려는 소위 선거틈새 공략자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또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지역과 주민을 위한 자신의 정치 철학과 비젼 제시 보다는 허황되지만 적당히 그럴 싸 해 보이는 공약과 상대후보의 약점잡기를 무기로 내세운 후보들이 아직도 우리 주위에 많이 있는 것이다.

물론 모든 경기나 선거는 이기는 것이 목적이다. 그 목적을 위해서 선수는 평소에 땀을 흘리며 실전보다 더 혹독한 연습을 하는 것이며, 지역의 일꾼 역시 똑같다. 평소에 꾸준히 남을 의식하지 않는 봉사정신으로 헌신해 왔다면 굳이 공천에 연연하지 않아도 당선이 되는 사례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이제 지방선거 당일까지 우리는 구십도 각도로 허리를 꺽고 머리 조아리며 손을 내미는 수많은 후보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들과 악수하며 잡은 손의 느낌을 깊이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또한 그들이 조아리는 목의 각도를 분석해 봐야 할 일이다. 과연 지난 선거 당선이후 승리자로서 유지해온 그들 목의 각도와 지금 표를 구하며 보여주는 목 각도의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우리는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많이 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과연 어느 시점이 초심인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정치인의 가장 큰 힘은 결코 자신의 직위나 사무실 또는 소속 기관의 직원들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주민을 위해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얻어진 주민들의 인정과 지지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간혹 이런 초심을 망각한 채 자신을 지지해준 유권자들을 되레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주민들이 표로써 나를 뽑아주었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착각 속에 목을 일자로 만들어 힘주고 다니는 이들도 여럿 보았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가 보았던 밴쿠버올림픽의 깨끗한 정신을 가진 스포츠스타들처럼 우리나라의 모든 정치인들도 스타가 되어 존경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