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풍경 살린 재개발
마을 풍경 살린 재개발
  • 백인숙 기자
  • 승인 2010.03.1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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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수도 서울(SEOUL). 국토의 0.6%에 지나지 않지만 한국인 절반이 거주하는 거대도시다. 그리고 돌고 도는 ‘돈’이 가장 많이 소비, 생산되는 곳이기도 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자고 일어나면 본래의 자취가 사라지는 서울의 현 모습은 도심재개발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달 ‘2020 서울시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계획안’을 발표하고 서울재개발의 밑그림을 다시 짰다. 이번 계획안의 가장 큰 특징은 싹쓸이 철거와 아파트, 고층빌딩세우기로 대변되는 서울의 재개발이 ‘최소한으로 건물을 헐고 도시골격은 유지하되, 지역별 매력을 최대한 살린다’는 방식에 있다. 한 마디로 지역 특색을 살리고 전통을 보존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뜻이다.

서울시는 한동네를 묶어 한꺼번에 철거하던 방식을 지양하고 지역별 특성을 살리는 최소 철거방식으로 재개발 방식을 전환한다고 밝혔다.
특히 역사적 가치가 높은 종묘와 남산 일대는 원칙적으로 재개발이 금지되고 인사동길은 제모습을 유지한 채 일부 지역에만 새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규모 도심 재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서울 곳곳에 숨통이 트일 수 있는 맞춤대안이라고 본다.

얼마전 성북구 정릉3동 재개발 사업이 마을 풍경을 제대로 살리는 자연친화적으로 개발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북한산 자락에 위치해 수려한 자연경관을 지닌 이 지역을 기존 마을 지형을 가능한 훼손하지 않은 채 산자락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본래 풍경에 거스르지 않도록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경관을 보호하고 인접한 주변 건물과 공존하며 원래 마을길을 재현하겠다는 서울시의 의지가 담겨 있다.

‘한옥집, 달동네, 판자촌’...
예전엔 서울 어딜가도 쉽게 볼 수 있었던 친근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짓고 부수기 선수인 대한민국에선 이런 곳들이 옛날 얘기에나 나올법한 고사성어가 됐다. 거기에 한국의 현대사와 질곡의 풍파가 묻어나는 ‘골목길’은 사진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 돼가고 있다.

이젠 우리도 사라지는 20세기 서울의 공간과 문화와 사상을 대변하는 도시성장과정을 되돌아볼 시기가 됐다. 또 누구를 위해 짓고 부수기의 반복을 하는지 심사숙고하고 특수한 한국의 현대사와 국민성이 만들어낸 우리의 생활터전을 지킬 수 있는 지혜로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