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의 딜레마
공무원들의 딜레마
  • 문명혜 기자
  • 승인 2010.04.0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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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가 가까워 올 수록 공무원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선거 때 공무원들의 엄정중립은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한 기본조건 중 하나이고 이를 위한 교육도 실시하지만 현실적으로 ‘엄정중립’을 지키는 게 만만치않아 생기는 고민이다.

A구의 한 공무원은 요즘 깊은 시름에 빠져있다. 얼마 전까지 모시던 상관이 선거판에 ‘선수’로 뛰어들면서 시름이 시작된 것이다.
자신을 그렇게 챙겨주던 상관이 사무실을 냈지만 한번도 발걸음을 못해 마음에 짐이 생긴 것인데, 예선통과가 유력한 같은당 후보가 ‘시퍼런’ 감시망을 펴고 있어 훗날 자칫 ‘역적’으로 몰리게 될까봐 도저히 방문할 엄두가 나지 않는 모양이다.
딜레마에 빠진 공무원은 요즘 전 상관이 자신에게 서운한 말을 하는 환청까지 들린다면서 괴로움을 토로하고 있다.

B구의 풍경 역시 A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직 구청장과 옛 부구청장이 동시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중간에 낀 공무원들이 갈팡질팡 하고 있는 중이다.
이 구에서는 요즘 낮에는 현직 구청장이 좋다는 말이 돌고, 밤에는 전에 모시는 부구청장이 괜찮다는 말이 나오는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C구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르다. 현직 구청장이 탈락하고 ‘전략공천지’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느라 동분서주 하던 중, 근거없는 소문이라는 말이 나오자 공무원들이 갈곳을 몰라 우왕좌왕 하고 있다는 것이다.

D구도 C구와 비슷한 양상. 현 구청장이 3선으로 이번 선거에 참여가 불가능해 공무원들이 경선후보군들의 면면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는 와중에 진짜 후보는 따로 있다는 소문이 생기자 진위를 캐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 마다 사정이 달라 공무원들의 고민도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최종 경선자들이 정해질 때까지 공무원들의 시름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데, 섣불리 나섰다가 후일 된서리를 맞지 않으려는 공무원들의 속성을 이해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2개월 남은 지방선거가 가까워 올수록 ‘공천티켓’을 차지하기 위한 물밑 선거전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고 이 과정에서 엉뚱하게도 공무원들이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