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가신 님이여 고이 잠드소서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가신 님이여 고이 잠드소서
  • 임지원 기자
  • 승인 2010.04.22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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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공원 ‘천안함 침몰 추모의 벽’ 가슴 적시는 ‘국민의 편지’ 파도

 

2010년 3월26일 밤 9시 22분. 봄이라고 해도 서해 바다는 여전히 차갑기만 했다. 이날 그 시각 104명의 장병들을 태운 천안함(PCC-772)은 백령도 남쪽 1.5km 부근에서 경비 임무를 수행하던 중 원인을 알 수 없는 충격에 의해 그대로 침몰하고 말았다.  

이날 사고 후 구조된 장병들은 단 58명. 차디찬 바다 속에서 남은 용사들이 우리 곁으로 돌아오는 데는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15일 주검으로 발견된 36명의 장병들을 확인하는 순간 우리는 또 한 번 가슴 쓰라림을 느꼈다. 게다가 22일 현재 이창기 원사, 최한권 상사, 박경수 중사, 박성균ㆍ박보람ㆍ장진선 하사, 강태민 일병, 정태준 이병 등 8명은 아직 시신조차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

 ‘대한민국의 군인’으로서, ‘대한민국의 아들’로서 그 역할을 다하다가 목숨을 잃은 이들을 위한 추모의 물결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또한 지난 19일 ‘천안함 희생 장명 추모 연설’을 통해 “당신들이 사랑했던 조국은 여러분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남아 있는 우리들이 장병들의 희생을 진정으로 기리고 그 뜻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힘을 보아 이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리의 마음이 그들에게 닿기를

   

“조국의 이름 앞에 너무나도 안타깝게 돌아가신 천안함 장병 여러분들의 숭고한 희생에 슬픔과 안타까움과 눈물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부디 영면하시길.”

“…필즉사(必則死) 하면, 필즉생(必則生)이라. 내 한 몸 바쳐 조국을 세웠는가. … 우린 당신들의 넋을, 숭엄한 충정을, 고귀한 희생을, 결단코 잊을 수 없습니다. …(천안함 장병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 헌시)” 

추모객들의 진실한 마음이 그들에게 닿아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 사건 발생 20일이 지난 4월17일 벚꽃이 만개한 여의도 광장. 천안함 추모 게시판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이선영 씨는 “시신이 발견됐다는 보도를 접하기 전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면서 “군인들의 죽음 앞에 뭐라고 애도를 표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여의도 광장에 인라인을 타러 왔다가 게시판을 발견했다는 김서현 씨는 “사건 발생 후 방송과 신문, 그리고 인터넷에서 연일 보도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조차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라 답답하다”며 “정확하고 투명하게 원인을 밝혀 이들의 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추모 열기는 온라인상에서도 더욱 활기를 띤다. 국민들의 진심이 담긴 추모 글들이 각종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실시간 등록되고 있다.

천안함 홈페이지에 추모 글을 남긴 김형성 씨는 “故 772함 장병들이여, 대한민국이 최후의 마지막 명령을 내린다. 이제는 편히 쉬어라. 더 이상 나라를 위해 희생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그대들의 임무는 끝났다. 이제는 편하게 쉬어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또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서 이은정 씨는 “진심으로 그들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국민 여러분 심려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며 꾸벅 인사해주길 너무나도 바랬었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다”면서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천안함의 용사들, 편히 쉬기를

천안함 침몰로 사망하거나 실종된 46명의 장병들. 이창기 원사, 최한권ㆍ남기훈ㆍ김태석ㆍ문규석 상사, 김경수ㆍ안경환ㆍ김종헌ㆍ최정환ㆍ민평기ㆍ정종율ㆍ박경수ㆍ강준ㆍ박석원ㆍ신선준 중사, 임재엽ㆍ손수민ㆍ심영빈ㆍ조정규ㆍ방일민ㆍ조진영ㆍ차균석ㆍ박보람ㆍ문영욱ㆍ이상준ㆍ장진선ㆍ서승원ㆍ박성균ㆍ서대호ㆍ김동진 하사, 이상희ㆍ이용상ㆍ이재민ㆍ강현구ㆍ이상민 병장, 또 한명의 이상민 병장, 정범구ㆍ김선명ㆍ박정훈ㆍ안동엽 상병ㆍ김선호 상병, 강태민ㆍ나현민ㆍ조지훈 일병, 정태준ㆍ장철희 이병.

이들과의 추억으로 남겨진 자들의 그리움은 짙어진다.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적의 총탄을 맞고도 살아 돌아온 박경수 중사였지만 천안함에서는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천안함 막내, 장철희 이병은 해군으로 입대한 지 70여일, 천안함에 승선한 지 8일 만에 사고를 당했다. 장 이병이 18일 천안함에 승선한 뒤 최원일 함장과 갑판에서 찍은 사진을 받은 어머니 원모 씨는 “불과 며칠 전 웃으면서 사진을 찍어 보내왔는데 아들이 실종됐다는 사실을 지금도 믿을 수 없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또 최정환 중사는 지난 1월 태어난 딸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어 천안함을 마지막으로 함상 근무를 접고 육상 근무를 자원한 상태여서 그의 영원한 침묵에 가족들의 슬픔이 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