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자와 남은 자
떠난 자와 남은 자
  • 시정일보
  • 승인 2003.12.27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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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용식 기자


김동일, 김충환 2명의 전직 서울 구청장이 내년 4월15일 총선을 위해 지난 17일 그 직을 그만뒀다. 반면 출마가 유력하게 점쳐지던 고재득, 권문용, 조남호, 김희철 씨 등은 여의도 입성을 뒤로 미루었다.
여기에는 그들만의 논리와 설명이 있을 수 있지만 출마자들은 ‘더 큰 정치실현을’, 불출마자들은 ‘지역현안 해결과 주민과의 약속’을 내세웠다. 우선 출마한 두 사람에게는 행운이 따르길 기원한다. 그리고 어렵사리 불출마를 결심한 사람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기자는 이 자리를 빌어 불출마 구청장에게 쓴소리를 하고 싶다. 각설하고 말하자면 학연, 지연을 배제하고 ‘탕평(蕩平)’을 하라는 말이다. 이 말을 듣는 구청장들은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학연과 지연에 얽매여 일해 왔느냐”고 항의할 수 있고, 또 어찌 생각하면 억울한 게 당연하다.
기자 역시 구청장들이 엽관(獵官)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선 공무원들은 구청장의 생각과는 조금 엇나간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위의 불출마 구청장들은 짧게는 5년 5개월을, 길게는 10년을 한 고을의 원을 맡아왔다. 그러는 동안 구청장의 입맛에 맛는 공무원은 양지에서 따뜻한 햇볕을 마음껏 쬐었고, 그렇지 못한 공무원은 얼음짱 같은 곳에서 숨죽인 채 세월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출마를 결정한 자치구의 한 공무원은 “이제 어느 학교출신은 좋은 시절 다갔다”고 말할 정도이다.
사실 이 기간은 공무원에게 있어 가장 큰 가치인 승진을 좌우할 수 있는 시간이다. 구청장과 연이 닿는 공무원은 힘있는 부서에서 경력을 관리하며 승진에 필요한 좋은 조건을 마련할 수 있다. 심사승진만을 하던 시절, 구청장을 잘 만나 승진연한을 앞당겼던 사람들을 빗대 ‘로또 당첨된 사람들’이라는 비유도 있었음을 알았으면 한다.
불출마 구청장들의 말을 되짚어 본다. 그들은 한결같이 “지역발전을 위해 지역주민이 맡겨 준 임기를 채우겠다”고 했다. 기자는 지역발전은 구청장 의지 못지않게 ‘탕탕평평(蕩蕩平平)’을 통한 사람씀씀이에서도 비롯한다고 말하고 싶다. 불출마 선언과 관련, ‘지역발전과 주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말이 불확실한 정세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했던 자기변명이 아니라면 말이다. -方容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