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움트는 부암동 ‘무계정사’
복사꽃 움트는 부암동 ‘무계정사’
  • 백인숙 기자
  • 승인 2010.04.2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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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인숙 기자

종로구 부암동.
서울 한복판이라고 하기엔 자연의 모습을 듬뿍 담고 있는 아름다운 동네다.
봄에는 복사꽃이 피고 가을엔 그림 같은 낙엽으로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이곳이 요새 공영주차장 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이 꿈속에서 복사꽃 핀 무릉도원을 보고 당대 최고의 화원이었던 안견에게 그리게 했다던 ‘몽유도원도’. 무계정사는 안평대군이 1451년 부암동 일대를 걷다 이곳이 꿈에서 본 무릉도원과 같다며 세운 별장 이름이다.
지금의 부암동 319-4번지에 자리잡은 ‘무계정사’는 그의 정치적 맞수였던 형 수양대군이 세조로 등극하면서 불타 없어졌지만, 그 터를 비롯 ‘무계동’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바위와 빙허 현진건 집터 등 이곳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곳이 종로구청에 의해 공영주차장으로 변화될 위기에 처하며 주민들이 부암동 마을지키기를 강력 추진하고 있다. 종로구는 지난해 6월 33억원을 들여 이 일대 1700여㎡의 땅을 매입, 기존 건물을 헐고, 부지 정리를 마친 상태로 차량 100여대를 댈 수 있는 공영주차장 건설을 예정하고 있다.
구는 “도로가 좁고 주차공간이 부족해 이 일대 주민 불편이 크다. 공영주차장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계속적인 추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구청은 주민들 주차공간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정작 우리들은 주차에 큰 불편함이 없다. 구청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라고 내세우지만,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아름다운 자연과 정취가 살아있는 골목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이 때문에 부암동 곳곳엔 '대중교통을 이용해달라'는 글씨가 걸려 있다.
지난 17일 오후 3시 부암동 사랑모임과 주민들이 안평대군 별장 무계정사에서 작은 음악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는 이애주 서울대 교수의 ‘안평대군 진혼 살풀이’를 비롯한 각종 공연과 화가들의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었다. 주민들은 시끄럽게 데모형식의 항의를 접어두고 조용하게 음악과 춤으로 종로구청의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삶터 지키기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에서 드물게 개발에서 빗겨간 마을 부암동.
구청은 주민들 뜻과 상반된 주차장 조성보다는 안평대군과 안견을 기념할 수 있는 살아있는 역사 교육장소로 부암동을 십분 활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