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람은 서울이 고향 = 고재득 성동구청장
서울사람은 서울이 고향 = 고재득 성동구청장
  • 시정일보
  • 승인 2004.09.1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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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득 성동구청장
이제 곧 추석 명절이 되면 사람들은 지옥 같은 교통전쟁을 불사하고 너 나 할 것 없이 귀향길에 나설 것이다. 무엇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지….
아마도 고향에는 추석이 있고, 어린시절이 있고, 못내 정겨운 풍경들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나이든 사람들은 고향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이고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그런데 요즈음 서울이 고향인 우리의 아이들은 부모들의 고향에 대하여 시큰둥한 반응이다. 명절 때는 고향에 가서 성묘하고, 친척 어른들에게 인사도 드리고, 사촌들과 정을 나누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설득해도 별반 흥미 없어하며 동참을 거부하기 일쑤다.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서울이 고향인 것이다. 흔히들 서울사람들은 고향이 없다고 한다. 서울사람이라고 고향이 없을 리 없겠지만, 이런 말이 나온 의미는 우리 고유의 고향에 대한 정감이 없는 삭막한 도시라는 생각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인구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인구의 44.3%가 타향살이를 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인구 4명 중 1명이 거주지 이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서울사람들은 이 통계의 평균치보다 더 이사를 자주 다니다 보니 동네친구들도 없고, 학교 동창도, 정든 이웃도 없고, 추억이 깃든 산천도 없으니, 고향을 아끼고 사랑할 만한 무슨 이야기 거리도 없다고들 한다.
조국과 민족에 대한 사랑은 고향을 아끼고 사랑하는 애정에서 출발한다. 고향은 삶의 터전이고, 마음의 안식처인 동시에 발전의 토대인 것이다.
고향을 다녀오면서 느끼는 일이지만 세상이 변한 만큼 고향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어릴적 그 고향이 아닌 것이다.
경제발전으로 생활이 향상된 탓도 있겠지만, 발전된 문명의 혜택으로 도시생활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고향의 생활환경과 동네어귀까지 맞닿은 신설도로는 고향의 그립던 모습들을 잃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요즈음 서울에선 서울을 고향으로 만들자는 움직임이 몇몇 자치구에서 일고 있다. 태어난 곳에 상관없이 현재 생활의 뿌리를 내리고 있는 도시에 마음의 뿌리도 함께 내림으로써 보다 내실 있는 지역사랑을 꾀하자는 것이다. ‘너도나도 서울사랑, 사는 곳이 우리 고향’표어라도 써 봄직하지만, 그래도 고향을 멀리하고 젊은 세대를 생각하면 씁쓰레하기는 매일반이다. 그래도 우리는 서울을 사랑한다. 살고 있는 터전이기에 그렇다.
고향만들기 운동의 일환으로 성동지역을 인정이 넘치는 훈훈한 고장으로 고유의 색을 만들기 위하여 ‘성동구 자원봉사센터 설립’‘그린아파트 가꾸기’‘성동 문화정보센터 건립’‘지역봉사단체 활성화’ 등의 시책을 추진해 왔으며 앞으로도 전 주민을 대상으로 한 고향 만들기 운동을 추진하여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대를 이어 살고 싶은 지역 만들기를 계속 추진해 갈 것이다.
서울에서도 성동은 그냥 사는 곳이 아니라, 꿈과 낭만이 깃든 고향으로 만들고 가꾸는데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필요로 한 때라고 본다.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국제사회에서 마음의 고향이 없는 이방인의 자리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기약할 수 없는 것이다. 내일 일을 누가 아는가. 이제부터는 고향이란 개념이 과거형에서 진행형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 다음 순간을 누가 아는가. 순간순간을 받아들이고 보내는 자리가 고향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