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렁이는 자치구 관가
술렁이는 자치구 관가
  • 문명혜 기자
  • 승인 2010.06.2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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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혜 기자

7월1일 민선5기 출범을 앞두고 서울시 자치구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6.2 지방선거 결과 지난 4년 한나라당 일색이던 구청장들이 네곳을 빼곤 스물 한 곳이나 민주당으로 바뀌는 통에 그 여파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다섯 번의 ‘구청장 직선제’를 치루면서 서울시의 경우 대략 8년 주기로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뒀고 구 핵심멤버들도 교체돼 왔는데 다시 ‘그 때’가 도래한 것이다.
민선 1, 2기 때 빛을 보던 공무원들이 3기 막이 오르면서 줄줄이 동사무소로, 타 구로 옮기는 상황이 연출됐는데 이제 상황이 역전됐으니 자치구 공무원들이 술렁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존재감도 없이 설움받던 공무원들은 이번 선거결과에 기대감을, ‘측근’으로 분류되던 공무원들은 반대로 밤잠을 설치며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8년간 구청장 측근으로 핵심부서에서 근무하던 한 공무원은 “요즘 일손을 놓고 있다”고 고백하면서 “한지로 떠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서글픔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3기 때부터 동사무소만 전전하던 한 공무원은 민선 5기 핵심부서 기용설이 나돌고 있는데 “아직 구체적인 얘긴 못 들었지만 불러만 주면 열심히 일 할 생각”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또 다른 예도 있다. 민선 3기가 시작되자 마자 타지로 ‘쫓겨간’ 후 각고의 노력 끝에 ‘새주인’의 마음을 사, 승진을 눈앞에 뒀던 한 공무원은 “현 구청장 측근으로 낙인 찍혀 당선자 눈밖에 났다”면서 “내 인생에 관운은 없는 것 같다”고 ‘억센’ 팔자를 탓하기까지 했다.
선거 결과는 늘 공무원들에게 기쁨과 슬픔을 나눠 줬고, 그동안의 경험칙은 7월1일 이후의 상황을 점쳐 볼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신임구청장들에겐 대폭 물갈이 만이 능사가 아니라 리더로서의 포용력을 보여주는 자세도 필요할 것 같다.
전임 청장 사람으로 분류한 공무원들 중에는 정치적 역학관계가 아니라 ‘실력’으로 현재 위치에 서게 된 공무원들이 적지 않을 뿐더러 반대자를 포용하면 더 많은 충성을 얻게 되는 ‘역설’도 충분히 검증된 가설이기 때문이다.
민선 3기 때 대폭 물갈이를 했던 한 구청장의 “전임 구청장 사람이라 쓰기 싫어 다 내 보냈더니 쓸만한 사람이 없었다.”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