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한가위
우울한 한가위
  • 시정일보
  • 승인 2004.09.23 15:48
  • 댓글 0

기자수첩 宋賢秀 기자
보름달같이 밝고 넉넉해야 할 한가위지만 올해는 귀향길 발걸음이 지난해보다 더 무거울 것 같다. ‘대목 경기 실종’으로 서민들의 명절은 우울하다 못해 무감각(無感覺)하다.
‘추석 경기가 오히려 평소보다 못하다’는 푸념은 일말의 기대감마저 무너뜨리는 서민들의 좌절과 절망의 목소리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전년 대비 1.8%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올 상반기 명목임금 상승률은 4.5%로 전년(10.6%)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실업률도 오름세가 꺾이지 않아 3.5%를 기록, 0.2% 포인트 올랐다.
비록 국내총생산(GDP)이 2.5%포인트 오른 5.4%를 기록했다지만 국민들은 전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지역 경제 사정은 더욱 엉망이다. 성서.달성공단의 경우 추석보너스를 지급하지 못하는 업체가 25% 선에 육박한 가운데 상품권 판매가 주를 이루는 백화점 등 유통업체 특판의 경우 예년보다 20% 이상 매출이 떨어졌다.
재래시장에도 손님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었고 그나마 가격 흥정만 늘어났다고 한다. 한복점은 “추석빔은 옛말”이라고 하니 불경기 수준을 절감케 한다. 서민들이야 ‘없으면 줄이는 길’뿐인데 이런 악조건에서 추석 경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러나 명절을 맞는 서민들의 마음은 언제나 한가위다.
일요일 벌초 차량과 인파로 전국이 몸살을 앓은 것을 보면 이 어려움 속에서도 ‘보름달 같은’ 마음은 여전함을 알 수 있다.
이제 문제는 경제가 아닌가. 이를 위해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기대감은커녕 내년 추석 귀성길 발걸음이 올해보다 더 무거워지지 않을까 국민은 앞질러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요즘들어 빚을 감당 못해 자살하는 이의 수가 갈수록 늘어간다고 하니 걱정이 태산같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급하지도 않은 사안을 가지고 힘겨루기 행태를 보이니 과연 이들 정치인들은 국민들 속사정을 어느정도 헤아리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이제는 모든 것을 뒤로 한채 국민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할듯 싶다.

宋賢秀 기자 / song2@sij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