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치단체장들이여 노인인권 침해를 예방하라
기초자치단체장들이여 노인인권 침해를 예방하라
  • 시정일보
  • 승인 2010.08.2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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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임 춘 식

 

임춘식 논설위원

'나라 상감님도 늙은이 대접은 한다'는 우리 옛말이 있다. 노인을 공경하는 곳이야말로 사람냄새 나는 건강한 사회다. 인간은 언젠가는 노인이 되기 때문이다. 신체적으로 쇠퇴기기에 접어들었지만, 노인은 삶의지혜와 경륜이 풍부하다. 그러기 때문에 '노인의 말은 별로 맞지 않는 것이 없다'는 영국의 격언도 있다. '노인을 모신 가정은 길조(吉兆)가 있다(이스라엘)'거나 "집에 노인이 안 계시면 빌어서라도 모셔라(그리스)', ‘노부모을 업신 업신 여기면 천벌 받는다(중국)’는 속담 역시 효(孝의) 바탕에서 비롯된 것이다.

늙기도 서러운데 안타까운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정하균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노인학대 상담건수가 4년 새 무려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노인학대 문제가 갈수록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인학대 접수 후 실제 노인학대로 판명된 신고건수도 2005년 2,038건에서 2009년 2,674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노인학대 신고건수가 7월말 1,738건이 보고되고 있어 지난 해에 비해 훨씬 증가하는 추세를 보일 정도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관심은 밑바닥하다. 또한 노인학대와 방임의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받아 들여지면서 정부에서도 법적, 제도적 정비를 서둘러 마련하고 있지만 역시 부족이다.

2009년의 학대유형을 보면 전체 2,674건 중 정서적 학대가 507건으로 가장 많았고, 방임 331건, 신체적 학대 115건, 경제적 학대 99건의 순이다. 중복이 1,512건으로 학대피해 노인의 절반 이상이 중복적인 학대를 동시에 받고 있다.

뿐만 아니다. 심지어 학대행위자는 아들 51.1%, 딸 11.3%, 며느리 9.6%, 배우자 9.2%의 순으로 나타나는 등 자녀세대에 의한 학대가 전체의 73%를 차지하고 있으니 부끄럽기 한이 없다. 노인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짐작케 한다.

이처럼 노인학대가 자녀와 배우자에게서 이뤄진다는 것이 73%로 나타나 젊었을 때 굶어가면서 자식뒷바라지에 허리가 휘어지도록 일하면서 자식의 출세를 빌어왔던 우리 노부모의 처지를 우리 후대들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부모에 대한 효성이 곧 나의 후일에 내 자식들이 나에게 대하는 지표가 된다는 것을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국가의 복지차원보다는 내가 먼저 할 수 있는 노인복지문제를 실천해 봐야할 때이다.

이런 노인학대 신고건수 및 상담건수는, 노인보호전문기관으로 접수된 사건에 한해서만 집계됐기 때문에 경찰청에 신고접수 된 노인학대 사례나 학대가 노인 스스로 자신의 자녀로부터 학대받는다는 신고를 하지 않고 자식을 감싸 주기만 하는 노인의 경우을 감안한다면 실제로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예를들면 서울 종묘공원 등이 가정에서 학대받고 쫓겨난 노인들의 피난처가 되고 있다. 낮 동안만이 아니다. 아예 집을 나와 공원 벤치나 정자에서 밤을 보내는 노인들도 적지 않다. 가정에서 학대를 받다 보니 귀가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러다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이란 칭호를 내 놔야 할 판이다.

노인 학대는 개인이나 가정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다뤄져야 한다. 흔히 빈곤, 질병, 고독을 노인의 3대 문제로 꼽는다. 노인들은 자식들 뒷바라지하느라 대부분 재산을 형성하지 못했다. 자식들에게 의지하는 과정에서 마찰을 빚기 일쑤다.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은 질병에 곧잘 시달린다. 고독은 우울증으로 이어져 극단적인 자살을 선택을 하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동방예의지국이라 일컬어지는 우리나라에서, 노인학대 신고건수 및 상담사례가 나날이 늘어만 가는 작금의 현실을 개탄하지만 말고 이제 부터라도 정부는 노인학대 예방을 위한 홍보 및 교육을 더욱 강화하는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가정과 학교, 사회가 노인 공경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아울러 노인학대 사범은 선진국처럼 엄벌로 다스려야 마땅하다.

노인문제는 이제 노인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 내에서 해결해 주는 것이 가장 바랍직하다. 이제라도 날로 늘어나고 있는 노인학대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기초자치단체가 직접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 노인학대예방을 위한 홍보 및 교육 강화라든가 노인학대 사례 조기발견을 위한 신고체계 구축, 그리고 학대피해노인 전용 쉼터 등의 사업에 나서야 한다. 기초자치단체장들이여 노인인권 침해를 예방하라.

 (한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