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조직으로 민선5기 비전 실현
새 조직으로 민선5기 비전 실현
  • 문명혜 기자
  • 승인 2010.10.0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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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5기 100일 서울시 조직개편


뜨거웠던 6.2 지방선거가 끝나고 서울시 민선 5기가 출범한지도 100일로 접어들었다.
선거결과는 모두 알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집행부 수장과 의회의 주도권을 양대 정당이 분점했고, 집행부의 독주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서울시는 지난달 27일부터 새로운 조직으로 시정을 꾸려가고 있다. ‘여소야대’로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고 수장의 공약사업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조직을 재정비한 것이다.
본지는 민선5기 출범 100일을 맞아 1실 5본부 8국 체제에서 1실 8본부 5국으로 변모한 서울시 조직을 찬찬히 살펴 이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9월27일부터 가동된 서울시 조직개편안을 살펴보면 우선 복지와 경제, 주택, 교육 등 시민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분야에 행정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직체계를 변모시킨 것이 두드러진다.
다음으로는 창업소상공인과, 도시재생과, 교육격차해소과, 외국인생활지원과, 생활환경과 등이 신설된 것이 눈에 띄는데 이는 새로운 행정수요가 생긴 점을 감안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서울시 조직개편은 형식적으로 인원 증감없는 ‘내부이동' 이므로 신설된 조직으로 움직인 직원들이 이전에 있었던 조직은 규모축소나 통합 또는 폐지가 불가피해졌다.
균형발전본부, 문화시설사업단, 고객만족추진단, 자산경영반, 가로환경개선담당관 등이 유관기능을 가진 기구와 통합, 폐지된 것이다.

본부 기능 대폭 강화

9.27 서울시 조직개편은 본부제를 본격 도입하고 일부 기구를 보강해 사업 실행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조직개편에 따라 서울시 기구는 기존의 ‘1실 5본부 8국'에서 ‘1실 8본부 5국' 체제로 개편됐는데, 외견상 국의 기능이 본부로 대거 이동한 것을 알 수 있다.
문화관광디자인본부와 도시안전본부, 교육협력국이 신설되고 문화국·물관리국·균형발전본부가 폐지됐으며, 복지국이 ‘복지건강본부'로, 주택국이 ‘주택본부'로 확대 보강됐고, 경쟁력강화본부는 ‘경제진흥본부'로 간판을 바꿨다.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문화국과 통합하고 컬처·디자이노믹스를 함께 수행하는 문화관광디자인본부는 경쟁력강화본부의 패션·영상 등 문화산업 기능까지 흡수하는 큰 조직으로 만들었다. 도시 노후화에 따른 기반시설의 안전과 방재를 총괄하는 도시안전본부는 행정국의 방재기획과 교통본부의 도로관리, 물관리국, 도시기반시설본부의 시설교량안전, 소방재난본부의 지진·시설물점검 등 분산돼 있던 안전관리 업무를 통합해 관리한다.

뉴타운 사업을 비롯한 주거정비 업무와 주택공급 기능을 통합해 시민적 관심이 높은 주택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주택국과 균형발전본부의 뉴타운사업 기능을 합친 새로운 조직 ‘주택본부'가 탄생했다. 복지건강본부는 서울형 그물망복지를 체계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기존의 복지국에 여성가족정책관의 보건·건강업무를 보태 확대 개편했다.
경쟁력강화본부는 경제·일자리 조직과 투자마케팅 조직으로 정비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경제진흥본부로 바뀌었는데 홍보기획관의 마케팅 업무를 더해 확대한 것이고, 도시기반시설본부와 문화시설사업단으로 이원화된 시설공사 부서는 도시기반시설본부로 통합을 이뤄냈다.
시가 일부기구를 신설하고 확대한 것은 시민들의 행정서비스 요구가 점증하고 있는 복지, 경제, 주택, 도시안전, 교육 등 시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에 대한 추진력을 강화한다는 설명이고, 그동안 일부 분산돼 있던 건설공사 시공기능이나 도시계획사업기능 등은 효율적인 업무추진이 가능하도록 분야별로 통합한 것이 이번 조직개편의 큰 줄기다.

행정수요 기민하게 대처

시는 이번 조치를 통해 도시생활환경 변화에 따라 창업, 교육, 생활공해, 일자리 창출 등 행정수요가 늘어난 분야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담부서를 신설, 강화했다.
활발한 창업유도와 영세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창업소상공인과'를 신설했고 낡은 도시를 새롭게 리모델링 한다는 목표로 ‘도시재생과'를, 학교의 안전과 무상급식, 사교육비 절감 등을 통해 지역간 교육격차를 해소하려는 ‘교육격차해소과'를 새롭게 만들었다.

또 국제화 수준을 끌어올리고 국내 투자환경 개선과 외국인 거주 편의 지원을 위해 ‘외국인생활지원과'를 두었고, 석면을 비롯한 생활공해문제 등 새로운 생활환경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생활환경과'를, 서울의 일자리 창출과 구직 지원 강화를 위해 일자리정책과를 보강하는 한편, 일자리지원 부서를 최초로 정규 조직화 했다.

4급부서 15개나 줄여

시는 부서간 유사업무를 통일성 있게 추진해 효율성을 높이고저 관련업무를 통합했는데, 공유재산관리를 위한 경영기획실의 자산경영반과 재무과의 공유재산업무를 통합해 ‘공유재산과'를 신설했다.
또한 도시계획국과 균형발전본부의 도시개발사업, 도시환경정비사업, 시장정비사업 등을 ‘도시개발과'를 신설해 통합 추진하고, 마곡개발사업의 일관성 있는 추진을 위해 도시계획국과 경쟁력강화본부에서 각각 추진했던 업무를 도시계획국의 ‘마곡개발과'로 일원화 했다.
이밖에도 동남권유통단지조성담당관과 금융도시담당관, 가로환경개선담당관 등 사업이 일부 종료되거나 유사 중복기능이 있는 부서를 통합해 본청 4급단위 부서를 15개나 줄였다.

‘소통’, 정규조직으로 태어나

이번 조직개편에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중 하나는 그동안 행정직의 전유물이었던 보직을 기술직에게도 문호를 개방한 것으로, 4급 부서장 정원을 조정해 감사담당관과 계약심사과장 자리를 기술직에도 자연스럽게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또 비공식적인 민선 5기 최대 시정과제인 ‘소통’이 이번 조직개편에 정식으로 편입됐는데 ‘시민소통기획관’으로 명명됐다. 홍보기획관의 홍보·뉴미디어업무와 고객만족추진단의 시민고객업무를 합친 작지 않은 조직으로, 시민과의 접근성을 높이고 소통을 강화해 시정의 상호이해의 폭을 넓히는게 주요 목적이다.
서울시는 이번 조직개편이 민선 4기의 시정전략이었던 창의시정 과제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추진하면서 민선5기의 비전을 효율적으로 펼치기 위한 기반을 닦는 토대임을 공언하고 있다.
文明惠 기자 / myong5114@sijung.co.kr

기자가 본 서울시 조직개편

오 시장의 ‘선택과 집중전략’

9월10일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서울시 조직개편의 뼈대는 민선 5기 출범 이전인 6월11일 이전에 완성된 안으로 오세훈 시장이 재선을 염두에 두고 상당기간 준비해 왔고, 주지하다시피 박빙의 승부 끝에 재선에 성공하자 망설임없이 내놓은 것이다.

오 시장은 조직개편안을 내놓으면서 변화하는 행정수요에 변신을 꾀하고 새로운 비전에 맞춰 조직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는데, 젊고 활력있는 자신의 이미지와 변화하고 발전하는 서울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의 실현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새로운 조직의 필요성이 조직개편을 이끈 동인이었다.
오 시장의 의도와는 달리 뜻밖의 변수가 생겼다. 선거 전의 예상과는 달리 서울시의회를 라이벌 정당인 민주당이 차지하면서 민선 4기때의 ‘부드러운 질주'가 불가능해지고 항상 의회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바뀐 것이다.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꾼 8월13일 임시회에서 서울시가 반발하자 의회는 상임위를 통과한 조직개편안을 부결시키며 ‘위력'을 과시했고, 조직개편은 기약없이 표류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오 시장은 대 의회 강경책이 시기적으로 옳지 않다는 고민에 빠지게 됐다.
조직개편안은 9월10일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9월27일부터 서울시의 새로운 조직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별 정치색이 없는 조직개편안을 계속 부결시키면 일 열심히 하겠다는 집행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이 높아질 것”이라는 부담이 조직개편안을 통과시킨 표면적 이유였다.
서울광장 사용문제를 제외하면 의회와의 마찰을 회피하면서 낮은 자세로 의회를 대해 온 오 시장의 태도에 특별한 반감이 없는 의회의 기류가 조직개편안을 통과시킨 저변이었다.

새롭게 출범한 서울시 조직은 본부의 기능을 확대하고 국의 기능을 축소한 대개편이며, 시민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분야의 기능을 확대하고 비중이 낮은 부서의 기능은 통폐합을 통해 축소시켰다.
오 시장이 민심을 등에 업고 자신의 2기 서울시장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를 담는 동시에 민선5기 비전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선택과 집중전략'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6.2 지방선거 기간중 ‘일 잘하는 젊은시장' 이미지로 어렵게 재선 고지를 돌파한 오 시장의 민선 5기 핵심비전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비전은 실현가능성과 대 의회 관계 등을 고려하면서 정교함을 가다듬느라 서울시의 국정감사가 끝나는 10월 하순 이후에야 나올 전망이다.
민선 5기 서울시정을 이끌어 갈 조직은 이미 만들어졌지만 중점추진 과제와 비전이 나오려면 앞으로 대략 한 달 후쯤 기다려야 하는데 둘 사이의 유기적인 조합을 어떻게 이끌어 낼지 많은 시민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文明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