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능력 못 믿는 중앙
지방 능력 못 믿는 중앙
  • 시정일보
  • 승인 2004.10.0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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方鏞植 기자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십수 년이 지났다. 민선 자치단체장 선출로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가 열린 지도 10년째다. 이제 어느 정도 지방자치제가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주류다.
그러나 이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는 여전히 지방정부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는 행정자치부가 몇 개월 새 잇따라 내놓는 지방자치단체와 관련한 재정분야의 제도개선에서 느낄 수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방분권을 촉진하기 위한 책임행정 구현이라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물론 제도 면면을 살펴보면 행정자치부 설명이 크게 엇나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일선 지방자치단체는 행정자치부가 일부의 사례를 전체로 몰아가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비판한다.
우선 지방계약법 제정을 보자. 행정자치부는 현재 지방자치단체는 관급공사를 발주하면서 <국가를 계약 당사자로 하는 법률>을 원용하고 있어 자치단체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입찰 및 시공과정을 해당 자치단체의 공무원이 전담, 비리발생 소지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을 비롯한 자치단체들은 공사입찰 등 과정에서 청렴계약제 준수서약 등을 강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방기금 통·폐합도 마찬가지다. 자치단체장이 선심성 기금을 만들고, 사용해 재정을 낭비한다는 행정자치부의 언급에 지방자치단체는 감사원 지적이 너무 문구에 매달렸을 뿐 아니라 현실을 도외시 했다고 한다.
지난 5일 2006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주민소송제도와 대법원 직접제소권 역시 지방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하지 않았냐는 지적이다. 주민소송제도는 그 목적에서 선(善)하다. 그러나 소송대상으로 지방세 등의 징수를 위법하게 해태한 경우도 포함하고 있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재산세 소급감면을 목표로 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더욱이 지방의회가 상급기관의 재의요구를 거부할 경우 주무부장관이 대법원에 조례의 위법여부에 대한 심판을 직접 제소할 수 있도록 한 직접제소권은 의혹을 더한다.
만의 하나라도 행정자치부가 지방의 능력을 믿지 못한다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지방분권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행정자치부가 과거 내무부 시절을 못 잊는 게 아니냐는, 그리고 행정자치부를 국 단위로 축소해야 한다는 지방공무원의 말을 곱씹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