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 묻었다’고 나무라더니
‘겨 묻었다’고 나무라더니
  • 방용식 기자
  • 승인 2010.12.0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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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용식 기자

지난 9월 외교통상부장관 딸 특채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정부에 비판적이거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거나 모두 한결 같이 불공정성을 얘기했다. 이런 파문은 지방공기업, 국회로 이어졌고 서울 성동구도시관리공단(이하 공단)으로 확대됐다. 성동구 지역 S신문은 공단의 성동구청 출신 48세, 64세 직원채용 사실을 언급하며 ‘공단인사는 객관적인 시스템이나 전문성보다는 주먹구구식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청탁이 난무하기 마련이다’면서 ‘문제가 나오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석 달이 지난 12월1일. 성동구공단이 공석이던 상임이사에 정원오 씨를 임명했다. 정 씨는 지난 6.2 지방선거 민주당 성동구청장 경선후보였으나 탈락했다. 선거가 끝나자 정 씨는 공단 이사장이나 상임이사가 될 것으로 점쳐졌지만 고재득 현 구청장을 도운 정병호 씨가 이사장이 되면서 상임이사가 유력했다. 그렇지만 특채파문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자 정 씨의 임용은 미뤄졌다.
그러나 정원오 씨에 대한 공단 상임이사 임명은 여러 모로 문제가 많다. 우선 자격에 하자가 있다. 공단의 상임이사 채용공고(2010-93호)를 보면 상임이사 자격은 5급 이상 공무원 또는 공사기업 임원으로 근무했거나 공기업 경영에 관한 지식 또는 경험이 있는 자, 임원추천위원회가 이에 상당한 자격이 있다고 인정한 자로 정하고 있다. 정 씨는 양천구청장 비서실장, 사단법인 한국어능력평가협회 전문위원을 지냈다. 그의 경력 어디에도 공기업 관련 이력은 없다.
공단은 정 씨 임용의 근거로 임원추천위원회 추천을 들었다. 하지만 임원추천위원 7명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5명은 구의원 출신이고 1명은 정 씨와 공천을 놓고 경쟁했던 K씨이다. 나머지는 민주당지구당 위원장을 지냈던 J씨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임원추천위원회의 공정성을 누가 납득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영어 ‘Ruler’는 치자(治者) 또는 자(尺)의 뜻을 가진다. 잣대가 달라지면 그 자는 의미를 잃는다. 논어(論語)는 ‘덕으로써 정치하는 것은 북극성과 같다. 북극성은 제 자리에 있지만 많은 별들이 그 주위를 돈다(爲政以德 譬如北辰 居其所而 衆星共之)’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