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시대
불통시대
  • 문명혜 기자
  • 승인 2010.12.2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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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혜 기자
文明惠 기자 /myong5114@sijung.co.kr

민선5기 서울시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소통’이 ‘불통’으로 변하고 있다.
서울시는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절대 다수를 점하는 여소야대 정국을 맞아 발빠르게 소통을 시정의 1과제로 삼고 소통행보를 계속해 왔다.
취임전부터 서울시의원은 물론 민주당 소속 구청장들과도 만나 소통을 실천했고 소통행정을 펼치기 위해 시민소통기획관을 신설하기도 했다.
불과 얼마전까지도 서울시, 시의회, 자치구에서 점심, 저녁 술자리 등 어디를 가나 소통은 단골메뉴였고 소통의 기조는 민선5기 내내 유지될 듯 싶었다.
하지만 9월말 서울시의회가 서울광장 개방조례를 통과시키자 이에 반발해 서울시에서 대법원에 재의요구를 함으로써 서울시와 의회의 ‘밀월관계’는 끝나고 소통의 기조는 급격히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정타’는 12월1일 터졌다. 의회가 무상급식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민선5기의 화려한 깃발이 땅으로 내려졌다.
의회에서는 통과시키려는 민주당측과 이를 저지하려는 한나라당측이 몸싸움을 벌였고 시정질문 둘째날 오세훈 시장이 본회의에 불출석하면서 ‘불통시대’의 막이 올랐다.
시의회에 가는 대신 오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무상급식 조례를 주도한 민주당측을 겨냥해 “일시적인 인기를 얻은 무상급식은 인기 영합주의, 복지선전전의 전형”이라고 비난하며 조례가 철회되지 않는 한 의회와 시정협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의회는 오 시장의 태도에 당황하면서도 5일간의 침묵 시정질문과 16일로 정해져 있던 내년도 예산안 처리시한을 넘겨버리는 초강수로 맞대응하고 있다.
지금 서울시와 의회는 마주오는 열차처럼 서로 피하지 않는 극한의 자존심 대결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예산안 처리가 금년 말을 넘기게 되면 시정의 양축은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되므로 어떻게든 처리가 되겠지만 양 당사자들이 흉중에 품은 계산이 너무 달라 민선5기 초기 소통 시대로의 완전한 복귀는 당분간 힘들 전망이다.
양측의 충돌은 지난 지방선거의 성패를 갈랐다고 판단되는 주요 공약의 이행여부를 놓고 벌이는 정쟁의 성격이 짙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