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직업의식…토지대출 사기 막아
철저한 직업의식…토지대출 사기 막아
  • 시정일보
  • 승인 2004.10.1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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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신당3동 최창규·김정희 씨
최창규씨
오랜 행정경험과 재치로 50억원 대 토지사기를 막은 공무원이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중구 신당3동에 근무하는 최창규(43세) 씨와 김정희(31세) 씨.
이들은 습득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인감을 발급받아 토지사기를 벌이려던 H씨를 붙잡는데 큰 공을 세웠다.
사건이 발생한 날은 추석 전인 9월17일. 이 날은 남산타운 내 임대아파트 재계약으로 민원창구가 매우 붐볐고, 신당3동은 은행처럼 번호표를 발급하는 등 업무를 처리했다. 그 때 당사자인 H씨가 위조된 주민등록증과 위임장을 가지고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았다. H씨는 그러나 인감을 담당하던 최창규 씨 대신 제증명담당인 김정희 씨에게 인감발급을 신청했다.
김정희씨
김정희 씨는 H씨의 행동이 미심쩍어 최창규 씨에게 주민등록증을 인계하며 자신의 느낌을 전했고, 최창규 씨는 H씨의 주민등록증을 자세히 살펴봤다. 그 결과 사진의 도려낸 자국과 주민등록증 뒷면 아래쪽 글씨체가 신명조인 것을 발견했고, 즉시 장성식 계장과 확인에 들어갔다.
이 사이 H씨가 갑자기 도주했고, 최창규 씨가 곧바로 민원대를 넘어 H씨를 쫓았다. H씨가 도로를 무단 횡단해 약 300m 달아나다 건물 지하주차장에 숨자 최창규 씨는 주차장 입구를 봉쇄한 후 112에 신고, 출동한 약수지구대 경찰관과 H씨를 잡았다.
경찰 수사결과 H씨는 경기 김포시에 있는 7098㎡의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기 위해 토지소유주인 J씨와 L씨의 인감위임장, 대기업 계열사 상무인 C씨가 분실한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창규 씨는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질문에 “일단 잡고 봐야겠다는 생각했다. 누구라도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같이 행동했을 것이다”며 철저한 직업의식을 보였다. 그는 “인감도장은 기계 대신 손으로 파야 위조를 막을 수 있다”고 사고예방법을 알려줬다.
최창규 씨는 지난 1988년 공무원생활을 시작해 동대문구와 서울시를 거쳐 1994년부터 중구 주택과, 기획과, 감사실, 자치행정과 등에서 근무했고 헬스, 마라톤, 수영 등을 즐긴다. 또 김정희 씨는 1999년 5월 공직에 들어와 민원봉사과, 신당3동에서 근무하다 10월2일부터 서울시 민원실에 파견 중이다.
方鏞植 기자 argus@sij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