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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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명혜 기자
  • 승인 2011.02.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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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신문] 새해가 밝았지만 자치구의 시름이 깊어만 간다. 서울시에서 내려와야 할 보조금이 대폭 삭감되면서 큰 걱정거리가 생긴 것이다.

 

자치구의 예산담당 공무원은 “작년에 올 예산 편성을 할 때 긴축예산을 짜 놨는데 올 초 지도부에서 시 보조금이 줄었다며 각과마다 10% 이상을 감축하라는 지침을 받았다”면서 긴 한숨을 내뿜는다.
그는 또 “더 이상 짜낼 것도 없는데 10%를 더 감축하라니 1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암담하다”고 일선 구청의 어려운 사정을 대변했다.

자치구의 ‘고행’은 지난해 12월초 시의회가 무상급식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이미 예정돼 있었다.
시의회는 무상급식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시가 만들어 놓은 예산안에 ‘칼질’을 할 수밖에 없었고 서울시는 의회가 새로 짠 예산안 집행을 거부하며 해를 넘기게 되자 민생예산을 수령하지 못하게 된 자치구들은 신정연휴가 끝나자마자 답답한 상황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울분’을 쏟아냈다.

“고래싸움에 서민등 터진다”, “서울시와 시의회는 예산관련 싸움을 중지하고 필수복지예산을 조속히 집행해 달라”며 구청장협의회 명의의 성명을 냈다.
자치구들의 성난 목소리를 듣고도 ‘고래’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서울시는 시의회가 새로 짠 예산안이 서울시장의 동의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지방자치법 규정에 따라 불법이자 원천무효임을 다시한번 확인하면서 재의를 요구하는 한편 재의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시 대법원에 제소할 것임을 강조하며 강경대응에 나섰다.
시의회도 시의 예산집행 거부를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을 거론하며 예산안은 의회의 의결로서 확정되고 효력을 가지며 대법원의 판결이 있기전까지는 유효하므로 즉각적인 예산집행을 주문하는 한편 예산 미집행으로 발생하는 서민들의 고통은 시 책임이라고 못박았다.

이렇듯 서울시와 시의회가 계속 ‘핑퐁’을 치면서 세월을 보내는 동안 일선 자치구들의 속이 검게 타들어가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서울시와 시의회의 예산관련 싸움은 구청장협의회 말마따나 ‘치킨게임’을 연상케한다. 마주 달리다가 먼저 핸들을 꺽으면 패하는게 게임규칙인데 양측은 서로 핸들을 꺾을 수 없는 사정이 있기 때문에 패자가 없는 이 게임에서 ‘선수’가 아닌 자치구들이 엉뚱하게 피해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