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매남 교수의 심리치료실/일조량이 부족해도 병이 된다
손매남 교수의 심리치료실/일조량이 부족해도 병이 된다
  • 시정일보
  • 승인 2011.03.1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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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사계절의 특수성을 지녀서 그 어느 나라보다 계절에 따른 정서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반면에 미국과 같이 땅이 넓은 나라는 지역마다 기후가 달라 시카고가 겨울인데 비해 마이애미는 태양 볕이 쨍쨍 내리 쪄 겨울이 되면 시카고사람들이 마이애미에서 휴가를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햇빛이 적어지는 겨울철에 많이 발생하는 병이 있다. 이를 ‘계절성 기분장애’라고 하기도 하고 흔히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처럼 북반구의 나라에서 더 자주 나타나고 특히 여성에게 잘 나타난다. 가을과 겨울, 이른 봄에 취약한 계절성 우울증은 수면과다, 무기력, 탄수화물 갈구에 의한 과식, 체중증가 등의 비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을 보인다. 우울하고 쉽게 피로하며 의욕 상실 등의 증세는 일반 우울증과 같다. 반대로 늦은 봄과 여름에는 무작정 기분이 좋아지는 소위 ‘경조증’을 보이기도 한다.
어떤 여대생이 상담소에 찾아왔다. 그녀는 봄에서 가을까지는 활기가 있고 생기가 넘쳐 매사에 적극적이며 일을 할 때 능률도 오르고 동료들과도 즐겁게 지내는데 겨울이 되면 에너지가 떨어지고 무기력해지며 집중력이 저하돼 몸도 마음도 쉽게 지친다는 것이다. 혼자서 푹 쉬고 싶고 매일 늦은 시간까지 잠을 안자며 단음식을 찾아 폭식하는 등 일상에 적응을 못한다고 한다. 그녀의 병명은 계절성 기분장애로 진단됐다.
이러한 계절성 우울증의 원인으로는 부족한 일조량을 들 수 있다. 부족한 일조량으로 인해 뇌의 시상하부가 제대로 균형을 이루지 못해 생체시계의 균형을 깨뜨리게 돼 멜라토닌의 불균형을 만들어내 계절성 우울증을 발병케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을이나 겨울에는 햇볕을 매일 20분 정도 쬐어 주어야 건강할 수 있다. 아침햇볕을 쬐게 되면 15시간이 지난 후에 멜라토닌을 분비해서 잠을 잘자게 하고 낮의 햇볕은 세로토닌을 분비케 해서 우울증을 예방,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 햇볕이 망막으로 들어오면 망막과 시상하부를 통해 시교차상액의 생물시계에 전달돼 생체시계를 조절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비타민들은 음식섭취를 통해 만들어지는데 반해 비타민D는 햇볕에 의해 피부에서 합성되므로 해가 짧은 겨울철에는 결핍되기 쉽다. 계절성 우울증은 일조량이 늘어나는 봄, 여름이 되면 자연스럽게 해소되기도 한다.
겨울이 돼 계절성 기분장애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계절성 우울증이 2년 이상 지속된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중년의 여성들에겐 발병률이 높으며 치료보다 예방에 힘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조량이 적어지는 겨울철에는 방에만 움츠려있지 말고 햇볕을 쬐며 산책을 하거나 가까운 거리는 걷는 등 적당한 운동과 함께하면 밤에 잠도 잘 오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겠다.

 

손매남 경기대 상담심리치료전문연구원 / 주임교수 /한국상담개발원 / 원장 www.Kcd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