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장애되지 않는 세상
장애가 장애되지 않는 세상
  • 백인숙 기자
  • 승인 2011.04.2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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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0일은 제31회 장애인의 날이었다. 1981년 정부에서 지정, 해마다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지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어제아침 출근시간이었다. 광화문에서 20대로 보이는 한 시각장애인이 버스에 올랐다. 버스층계를 올라오는 것부터 카드를 찍는 일까지 혼자서는 힘들어보였다. 다행히 동승자가 있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됐지만 잠깐이나마 ‘참 불편하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나와 다른 사람들 역시 불편한 시선은 숨길 순 없었다.

정부에서 펴낸 ‘2011년 장애인정책 현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등록장애인 수는 전체인구의 약 5%를 차지하는 252만명으로 그 중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은 33.8%로 나타났다. 또 장애인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도에서 장애인 62.3%가 우리사회는 ‘차별이 많다’라고 응답했다.

한국에서 장애인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그것은 장애인 수가 적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많은 공간과 교통수단, 또 사람들의 왜곡된 시선이 이들의 외출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의 고충에 대해 휴머니즘이 발동해 어둡잖은 동정을 하기보다는 이들이 장애를 가지고도 일상생활을 하는게 그리 불편함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사회는 너무나 뻔한 얘기겠지만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 개선은 물론 무엇보다 제도와 지원의 확충이 중요하다. 또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수많은 장애인 복지정책도 급변하는 시대에 맞게 개선돼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서울시 노원구가 눈길을 끌고 있다. 노원구는 지난해 자치구 최초로 ‘장애인정책지원과’를 신설, 장애인들의 복지향상에 매진하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올해 이곳의 장애인지원 총예산은 447억1398만원으로 그 중 장애인시설사업(236억3357만원)과 중증장애인 연금(73억2506만원) 부문에 제일 많은 예산을 배정했고 일자리사업지원에도 3062만원을 편성했다.

장애인들은 매년 돌아오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온갖 수선을 떨며 그들을 ‘슈퍼히어로’로 만들길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이런 '장애인의 날'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그들이 그들 나름의 삶을 스스로 충분히 영위할 수 있는 장애인복지정책을 기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