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인 고용세습 요구안 즉각 철회해야
시대착오적인 고용세습 요구안 즉각 철회해야
  • 시정일보
  • 승인 2011.04.2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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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 지키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무엇보다 도덕성을 생명으로 해야 할 노조가 자사의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 근속자의 자녀에 대해 채용 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하도록 하는 단체협약 요구안을 만들어 논란을 빚고 있다.

현대자동차노조는 장기 근속자 자녀 채용과 관련 현대차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우는 데 노동자의 기여도가 컸던 만큼 이를 인정해 자녀 채용 시 가산점을 줘 우선 선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는 고용의 울타리를 쳐 완벽한 신분 보장과 연봉이 높은 일자리를 자녀들에게 대물림 하겠다는 발상이 아닌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노조가 고용까지 세습시키려 드는 것은 말 그대로 노동귀족 가문을 만들어 대대손손 자신들만의 특혜를 누리겠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전체 조합원의 권익을 대변해야 할 노조가 구직자들의 부러움을 사는 직장을 세습하겠다는 것은 염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런 발상을 한다는 자체가 너무나도 어이가 없으며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작금의 정규직 장기 근속자의 자녀 우선 채용 요구안은 현대자동차 내에 하청 근로자들이 많은 현실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기려는 극단적 이기심의 발로에서 나온 것이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

또한 정규직 일자리에 대해 특혜를 줘 세습하자는 것은 취업대란 속에 전전긍긍하는 청년 구직자들에 대한 고용기회의 형평성을 무시한 처사로 기회의 균등과 평등이라는 헌법정신과 민주주의 원칙에도 위배되며 공정사회 구현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측에 대한 부당한 요구로 고용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현대차노조의 단협요구안은 가뜩이나 어려운 구직자들의 취업 기회를 자녀 특혜를 통해 더 빼앗겠다는 귀족노조의 탐욕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노동계의 현실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가 시급한 시점에 국내 대표적 기업 노조 가운데 하나인 현대차노조가 전체 노동계의 현안문제를 저버리고 정규직의 힘을 내세워 조합원 자녀 일자리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명분과 사리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노조에 대한 사회적 불신마저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데 대해 우리는 심히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현대차노조는 작금의 국민적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시대착오적인 자녀 특혜 요구를 스스로 즉각 철회해야 하며 노조 이기주의를 넘어 비정규직을 감싸안고 국민을 생각하는 성숙한 노조로서의 태도를 심각히 고민하는 것이 더 급선무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