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망신시킨 끝없는 외교관들의 일탈
나라 망신시킨 끝없는 외교관들의 일탈
  • 시정일보
  • 승인 2011.05.1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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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로 유명한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주재 박모 전 대사의 귀임 이삿짐 화물 속에서 국제적으로 수출입이 금지된 품목인 상아 16개가 발견돼 물의를 빚고 있다. 일반인도 아닌 외교통상부의 고위 관리인 대사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1989년부터 국제거래가 엄격히 금지된 품목인 상아를 국내에 밀반입한 행위는 전 세계적인 망신이 아닐 수 없다.
관세청이 제보를 받고 박 전 대사의 이삿짐 컨테이너에서 찾아낸 상아는 가공되지 않은 원형 상태 6개를 비롯 조각된 상아 10개 등 총 16개로 드러났다. 박 전 대사는 “현지 고용인들이 실수로 이삿짐에 함께 싼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설득력이 없다. 공식 거래품이 아니어서 가격을 매기기 어려우나 밀거래 시장에서 1억원 정도를 받을 수 있는 양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박 전 대사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 상아에 대해 선물받은 사실조차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직자 윤리법에는 외국인으로부터 10만원 상당 이상의 선물을 받은 경우 반드시 신고하도록 돼 있다. 이런 기본 중의 기본을 태만히 했다면 결국 공직자로서의 자질부족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간 북한 외교관들이 밀수 행위를 저질러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된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우리나라 대사가 수출입 금지 품목을 몰래 들여와 전 세계적으로 망신을 자초했으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 장관이 격분해 검찰 고발과 필요한 조치를 지시했다지만 국민들의 싸늘해진 시선을 안심시키기에는 역부족이란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외교통상부는 지난해 9월 장관 딸 특혜 채용 논란에 이어 올 3월에는 중국 상하이 총영사관의 직원이 현지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 의혹으로 파문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FTA 협정문 오역으로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기도 했다. 그 어떤 부서보다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앞장서야 할 외교부공직자들이 오히려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으니 이는 개탄스럽기 그지없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상하이 스캔들 이후 외교부 장관은 일선 공관에 대해 감사와 검증을 강화하느니 엄정처벌을 하느니 큰소리를 쳤지만 결국은 외교관들의 잇단 외교 추문과 일탈은 외교부 자체의 자정 능력뿐만 아니라 외교관들의 근본 자질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차제에 외교부는 전 직원에 대해 근무 기강부터 모든 문제를 철저히 재조명함은 물론 뼈저린 자기반성을 통해 거듭 태어나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대한민국의 국격 차원에서라도 이번 상아 밀반입 사건을 한점 의혹없이 철저히 조사해 일벌백계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