憲裁결정 ‘甘呑苦吐’
憲裁결정 ‘甘呑苦吐’
  • 시정일보
  • 승인 2004.11.04 17:15
  • 댓글 0

方鏞植 기자 / argus@sijung.co.kr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1일 <신행정수도이전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관습헌법’의 개념을 들어 수도이전을 위해서는 헌법이 개정돼야 한다며 신행정수도특별법을 위헌으로 판시했다.
헌재 결정이후 많은 국민들은 신행정수도 건설을 놓고 빚어졌던 분열과 파괴에서, 화합과 창조로 나가리라고 생각했다. 또 그렇게 되리라 믿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예상과 정반대로 흐르는 양상이다. 노사모 등 정치단체들은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오히려 ‘헌법재판관들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야당과 다른 쪽 시민들은 헌재결정을 당연하다며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이들의 주장은 전자와 반대쪽 극(極)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지방자치단체장이 헌법재판소에 정보공개청구서를 제출했다. 현역 자치단체의 장이 헌재 결정을 놓고 정보공개청구를 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행위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에 앞서 파격적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 인사의 이번 행동은 그다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는 자료를 통해 ‘정보공개요청은 헌재결정에 대한 번복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며 분명히 하면서 ‘단지 논란을 빚고 있는 헌재 위헌판결이 결정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정당성 여부를 검증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현직 지방자치단체장까지 가세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건 옳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의사표현의 자유가 분명히 헌법에 보장돼 있긴 하지만 그 ‘헌법’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정치인이 아닌-물론 그들의 표현이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이 나서기엔 썩 마뜩찮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는 집권당 소속 자치단체장이지 않은가.
우리는 지난 5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기각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적잖은 사람들이 ‘헌법재판소가 민주주의와 대통령을 지켰으며, 구국의 결정이다’며 극렬하게 헌법재판소를 칭찬했다. 그러나 같은 헌법재판소와 헌법재판관이 그 사이 민주적이고 진보적이며 합리적 인사에서, 보수적인 동시에 수구인사로 전락했다.
이게 세상인심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헌법재판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