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동네 부암동
‘뜨는’ 동네 부암동
  • 백인숙 기자
  • 승인 2011.06.0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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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숙 기자

[시정일보 백인숙 기자] 경복궁역을 지나 자하문 터널을 나오면 인왕산이 보이고, 아기자기한 골목길과 단층집 들이 이어지는 부암동은, 그동안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일명 ‘뜨는’ 동네로 부각됐다.

장사 덜 되던 중국집과 이발소, 오래된 철물점 등이 자리하던 이곳에 요새는 잘 나가는 치킨집과 파스타, 옷가게 등 소규모의 상점과 카페들로 동네정경이 변하고 있다. 또 동네 골목길이 관광 코스로 알려지면서 주말이면 골목 곳곳엔 사진 찍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나는 부암동에 산다. 아름다운 경치와 역사, 문화가 공존하는 이곳에 20년 넘게 살면서 요새처럼 부암동이 북적이던 때는 없었다. 실제로 그동안 부암동 집값은 많이 올라 주민으로써 기대심리도 작용했지만 조용하고 정스런 이곳이 너무 상업화돼 돈 냄새만 나는 곳으로 남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심리가 더 강하게 든다.

그런데 심리는 비슷해서 이동네 산지 30년이 넘는 주민들은 “부암동이 알려지는게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욕심을 동시에 지닌 감정의 인간이기에 그렇겠지만 무엇보다 이곳이 변화의 급물결을 탔기 때문일 것이다.

부암동은 지난 5월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5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됐다. 이에 주말이면 데이트 족들과 동네정경을 담으려는 출사팀들로 만원을 이뤘고 동네골목은 쓰레기들로 더러워지고 있다.

또 한옥과 현대적 건축물이 이웃하며 멋스런 정취를 자아내던 이곳은 옛날 집들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카페나 음식점들이 대신하고 있다. 특히 늘어난 인파와 자동차로 안그래도 주차할 곳이 없는 동네가 더 주차난에 시달리게 됐다.

지난해 무개정사 터에 대형 공영주차장을 건립한다는 종로구청의 발표로 동네가 한바탕 시끄러웠다. 그러나 주민들은 <부암동사랑모임>을 만들어 국가권익위로부터 공용주차장 건립 백지화 결정(2010년 10월)을 이끌어내며 부암동의 역사와 문화를 지켰다.

또 처음 주차장반대운동으로 시작됐던 <부암동사랑모임>은 이젠 ‘그린 부암동’으로 모토를 바꿔 이곳에 몰려든 카페에 부암동을 지키는 데 동참할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서울 같지 않은 서울’로 요즘 서울에서 가장 ‘뜨는’, 아니 이미 너무 떠버린 부암동.

 이곳이 인사동, 삼청동의 전철을 밟아 '처음' 모습을 잃은 채 너무 상업화되지 않길 바란다.

무엇보다 맑은 공기와 고즈넉한 골목길, 곳곳에 자리한 문화유적들이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남아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