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 가르기’ 보여준 주민투표
‘편 가르기’ 보여준 주민투표
  • 방용식 기자
  • 승인 2011.08.2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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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24일 서울시 최초로 주민투표가 치러졌다. 무상급식 실시 범위와 시행시기를 놓고 좌·우가 격돌했던 이번 주민투표는 투표참가냐, 불참이냐가 정치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보기 드문 일이었다. 투표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우파-네티즌들은 수구꼴통이라고 이름 붙였다-로 규정됐다. 반면 불참운동에 함께 한 사람들은 좌파-다른 쪽에서는 좌빨‘좌익 빨갱이’-로 매도했다.

지난 2005년 처음 시행된 이후 다섯 차례의 주민투표가 있었지만 이번만큼 정치적 지향을 보여주는 것은 없었다. 첫 경험인 셈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제주도지사 소환, 경기 하남시장 소환, 충북 청주시·청원군 통합, 방사능폐기물처리장 유치투표(영덕·경주·포항·군산) 등의 주민투표는 주민소환을 위한 2회의 투표 외에는 모두 지역발전에 초점이 맞춰져 치러졌다.

하지만 이번 주민투표는 시작부터 달랐다. 지난 2010년 6월 지방선거 이후 다수를 차지한 서울시의회 내 민주당이 무상급식 실시를 선포, 같은 해 12월1일 무상급식 조례를 통과시킨 데 반발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민투표를 부의한 이후 서울시민은 물론 공무원들의 의견도 크게 엇갈렸다.

이때부터 무상급식은 단순히 ‘눈치 밥’이라는 생활을 뛰어넘었고 이데올로기 싸움으로 번졌다. 여기에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이라는 정당이 개입했고, 우파와 좌파성향의 시민단체 등이 간여했다. 무상급식이 가지는 순수함은 사라졌고 대신 딱딱하고, 경직된 이데올로기의 ‘정파성’이 똬리를 틀고 앉았다.

이번 주민투표는 처음부터 승패가 예상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추구’와 ‘좋은 동네 만들기’보다는 이념대립으로 점철됐다. 이런 성향은 투표결과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강남구를 비롯한 이른바 강남3구는 단계적 무상급식에 찬성표를 던졌고, 나머지는 전면무상급식을 선택했다. 결국 이번 주민투표는 승패를 떠나서 원하든, 그렇지 않든 ‘편 가르기’로 끝났다.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다. 민주당 쪽에서 얘기한 부자 아이, 가난한 아이 ‘편 가르기’는 이제 1000만 서울시민의 편 가르기로 점화됐다. 미국 첫 흑인대통령 오바마는 “Yes! We Can!”이라는 구호로 희망을 선사했다. 우리 정치인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