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완벽주의, 그것도 병이다
지나친 완벽주의, 그것도 병이다
  • 시정일보
  • 승인 2011.09.2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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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매남 교수의 심리치료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사건, 사고가 있을 때마다 누군가가 책임을 진다. 개개인에게 원칙과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칙을 정하고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원칙을 중시한 나머지 정해진 기준에 완벽하게 부합하려는 ‘원칙주의자’들이 있다. 이들을 가리켜 ‘강박성 인격장애’라 부른다.

강박성 인격장애의 여러 특징 중 하나는 완벽주의 성향을 보이는 것이다. 자신의 엄격한 기준 아래 지나치게 세밀한 것까지 챙기며 지엽적인 것에 집착하게 되고 정작 중요한 부분은 놓치게 된다.

이들의 특징은 보통 직장생활에서 드러난다. 이들에게 일은 존재의 이유이자 궁극적인 목적이기 때문에 완벽한 업무처리를 위해 잠시도 쉬지 못하고 휴가도 일 때문에 취소한다. 또 이들은 완벽한 기준을 갖고 있어서 칭찬과 보상에 매우 인색하다. 그리고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은 가치에 둠으로써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모질게 대한다. 개인적인 이익이 없으면 절대로 자신의 시간이나 돈, 재능을 사용하지 않는다.

강박성 인격의 핵심은 ‘통제’다. 상하관계가 뚜렷한 수직적 인간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자신이 주도권을 쥐려고 한다. 자신의 방식대로 남을 통제하려고 하기 때문에 권위적인 존재로부터 자신이 비판받는 경우엔 민감하게 반응한다. 무엇이든 버리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강박성 인격은 어린 시절, 특히 생후 2세경 마음대로 하고 싶은 아이의 욕구와 이를 통제하려는 부모 사이의 갈등이 문제의 원인이 된다. 부모의 고집이 너무 세서 일방적인 강요를 하면 아이의 경우 되려 지나치게 깨끗한 것에 집착하게 된다. 오히려 완벽성을 무의식적으로 추구하게 되는 역기능이 나타나는 것이다. 또 부모로부터 인정과 격려를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도 이러한 역기능의 산물로 강박장애를 겪을 수 있다.

강박성 인격장애자들과 잘 지내기 위해서는 책임과 역할을 분담해서 일 하는 게 안전하다. 한계를 정해주지 않으면 완벽주의와 통제욕구로 인해 자신을 포함한 여러 사람을 지치게 한다. 이들은 당위성의 논리에 자신을 속박시켜 여유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심근경색이 일어나기 쉬워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들은 스스로 세상의 기준이 나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자신의 기준에 맞춰 똑같이 되기란 불가능한 일이며, 사람에게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을 비판하기보다 장점을 찾고 칭찬할 줄 알아야 한다. 완벽주의는 성공의 필요조건이 될지언정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가치를 존중함으로써 자신의 삶이 풍요로워짐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손매남
경기대 상담심리치료전문연구원 /
주임교수
한국상담개발원 / 원장
www.Kcd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