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빈곤 외에 상대적 결핍, 사회적 배제까지 포함
소득빈곤 외에 상대적 결핍, 사회적 배제까지 포함
  • 시정일보
  • 승인 2011.10.2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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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I정책리포트/빈곤을 보는 새로운 시각

소득ㆍ자산ㆍ고용ㆍ노동ㆍ주거ㆍ건강ㆍ교육 등
다차원적 빈곤측정 6개 차원 14개 지표 선정

전통적으로 소득의 부족을 빈곤으로 간주한다. 소득을 이용해 필요한 것을 구매함으로써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득수준이 생활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득빈곤과 생활영역의 결핍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실증적으로 확인되었다. 더구나 사회가 발전할수록 빈곤을 보는 관점이 단순히 ‘물질적인 부족’에서 사회·문화적 차원을 포함하는 ‘상대적 결핍’ 개념으로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 우리나라도 1960~1970년대의 경제성장으로 절대빈곤이 완화되면서 상대적 결핍과 사회적 배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이후 사회문제를 동반한 신빈곤 문제의 등장은 소득빈곤의 해결만으로는 빈곤해소가 불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민 52.5% 2개 이상 결핍 경험
보편적 사회서비스형 복지체제로 전환
‘복지사각지대’ 중산층까지 대상 확대




Ⅰ. 서울의 다차원적 빈곤실태

서울의 다차원적 빈곤 지표 선정을 위한 전문가 의견조사에서 여전히 경제적 지표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평가됐다.
다차원적 빈곤측정 지표로 소득차원의 중요도 점수는 10점 만점 기준에서 9.49점으로 가장 높았고, 자산도 8.86점으로 두 번째로 높게 평가 받았다. 그러나 비소득적 차원 중 고용·노동, 주거생활, 건강, 교육 차원도 중요한 지표로 인정됐다. 반면, 문화·여가, 사회참여 등 사회생활 차원과 식생활, 의생활 등 기초생활 차원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러한 전문가 의견조사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 다차원적 빈곤측정 지표로 6개 차원(소득, 자산, 고용·노동, 주거, 건강, 교육), 14개 세부지표(균등화 가구소득, 순자산, 실업, 최저주거기준, 주관적 건강수준, 학교진학 등)를 선정한 후, 빈곤을 ‘복지의 결핍’으로 보고, 각 지표별 빈곤과 비빈곤을 구분하는 빈곤선(결핍기준)은 법적·행정적 기준이 있는 경우 이를 적용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사회적 기준 또는 보편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수준 등을 기준으로 적용하였다.

다차원적 빈곤측정지표를 이용하여 한국복지패널 2008년 데이터 중 서울 표본 1,110가구를 분석한 결과, 서울시민의 소득빈곤율은 18.4%을 보인 반면 교육, 건강 차원에서 30%가 넘는 결핍률을 보이고, 주거와 고용차원에서도 높은 결핍률을 경험하는 등 비소득적 차원에서 서울시민 중 10명 중 3명 내외가 복지결핍을 경험해 소득 빈곤율보다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비소득적 세부지표 가운데 가장 높은 결핍률을 보인 곳은 ‘사회보험’ 지표로 21%가 산재·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사회안전망 확보가 미흡했다. 또 사교육 결핍(20.1%), 가구주의 건강수준(19.9%), 비정상 거처(18.5%) 등도 높은 결핍률을 기록해 자녀들의 사교육비 투자가 자녀의 학업성취도와 장래 생활수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빈곤의 대물림 가능성을 시사했다.

소득빈곤과 가장 일치하는 것은 건강차원으로 소득빈곤 가구의 73.4%가 건강차원에서도 결핍을 경험했다. 그러나 소득빈곤 가구의 74.9%가 노동차원에서 결핍을 경험하지 않고, 교육차원도 73.8%가 불일치했다. 반대로 소득에서 결핍을 경험하지 않은 가구(33.5%) 중 상당수가 교육차원에서 결핍을 보이고 있고 27.5%는 노동차원에서 결핍을 경험했다. 이는 소득의 부족만이 복지결핍의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고 소득 이외의 요인에 의해 복지수준 또는 결핍수준이 결정됨을 시사한다.

서울시 가구의 82.2%가 1개 이상 차원에서 결핍을 경험하고, 6개 차원 모두에서 결핍을 경험한 가구는 0.2%, 모든 차원에서 결핍을 경험하지 않는 가구는 17.8%에 불과했다. 또 3개 이상 차원에서 결핍을 경험하는 다차원적 빈곤가구는 전체의 25.1%로 나타나 서울시 가구당 평균 1.72개, 비결핍 가구를 제외하면 평균 2.09개 차원에서 결핍을 경험했다.

모든 조손가구는 1개 이상 차원에서 결핍을 경험하고 있고, 3개 이상 차원에서 결핍을 경험하는 다차원적 빈곤율은 87.4%를 차지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가구당 3.4개, 차상위 가구당 3.3개 차원에서 결핍을 경험하는 등 기초생활자·차상위 가구 모두 높은 결핍률을 경험했다.

중산층(중위소득의 50~150%) 가구가 가장 높은 결핍률을 보인 영역은 교육차원으로, 빈곤층의 교육차원 결핍률이 37%인데 비해 중산층의 결핍률은 62.1%로 1.7배 높은 수준을 보였다.

세부지표 가운데는 사교육 결핍이 24.1%로 가장 높았지만, 교육차원의 3개 지표 모두에서 중산층의 결핍률이 빈곤층을 상회했다. 또 노동차원에서도 중산층의 결핍률이 33%로 상류층은 물론 빈곤층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중산층은 노동차원의 세부지표 가운데 비정규직 지표(19.3%)와 사회보험 미가입(25.8%) 지표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결핍률을 보이고 있다.

Ⅱ. 서울시 복지정책의 발전방향

복지정책을 소득부족 문제로 단순화하는 기존 접근에 대한 대안으로 다차원적 빈곤접근이 필요하다.
분석결과, 소득결핍과 소득 이외 생활영역의 결핍은 중복되는 부분이 있지만, 소득결핍이 모든 생활의 결핍여부를 대변하지는 않는 것을 확인한 만큼 빈곤의 정도와 양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보다 효과적인 복지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빈곤의 측정 및 정책집행 체계에 다차원적 관점 적용 △보편적 사회서비스형 복지체제로 전환 △다차원적 분석을 통한 정책집행의 효용성 제고 등이 필요하다.

우선 빈곤을 소득부족에서 사회·문화적 차원을 포함한 상대적 결핍과 사회적 배제까지 반영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이해하고, 서울시민의 복지결핍 여부 진단을 위해서 각 생활영역의 복지수준을 직접 측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복지결핍 문제는 복합적으로 발생하므로 다양한 결핍 차원에 대한 종합적 지원이 필요하고, 복지전달체계의 통합과 사례관리를 통해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집행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전체 예산 중 소득·자산 영역에 투입되는 예산이 서울시 예산의 13.7%, 국고지원까지 포함하면 27.4%가 소득지원 사업에 투입되는 등 우리의 복지정책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문제 양상을 단순화해 소득 중심으로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육, 노동 등 비소득적 차원의 사회서비스 지원이 중요하며 다양한 사회서비스 공급의 확대가 필요하다.

또 소득이 전체 복지수준(또는 결핍수준)을 대변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된 것과는 반대로 현재 복지정책은 소득을 기준으로 정책대상을 한정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대상자 기준이 너무 제한적이어서 상당수의 경제적 빈곤가구가 복지 사각지대에 잔류하고 있는 만큼 정책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소득빈곤 관점에서 시행되는 복지정책의 또 다른 사각지대는 중산층인 만큼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부조 중심에서 중산층까지 포함하는 보편적 복지로의 패러다임 전환과 공동체 활성화를 통한 자조능력 확대도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제한된 복지재원을 보다 효율적·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업별로 최적의 타깃집단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고 사업대상자 선정기준으로 소득수준이 아니라 각 차원별로 미충촉 욕구(결핍률)가 높은 대상으로의 대체가 필요하다. 또 지역복지 일선 현장에서 다차원적 빈곤지표를 이용해 지역복지 수준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지역복지 수준 및 미충촉 욕구를 확인하고 이를 지역복지 사업에 활용해야 한다. 모니터링 평가결과는 정책영역별 또는 지역별 예산배분이나 투자우선순위 선정 기준으로 활용 가능하며, 모니터링 결과 부진한 정책영역이나 지역에 더 많은 투자를 함으로써 복지정책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김경혜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단순한 소득빈곤 관점에서 상대적 결핍 개념으로 확대

IMF 이후 신빈곤 문제 다차원적 접근 요구

■소득빈곤 관점의 한계

소득을 빈곤의 척도로 보는 관점에서는 절대적 빈곤을 ‘경제적 능력의 부족으로 기본적인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태’라고 정의하고, 자신이 보유한 소득을 이용해 필요한 것을 구매함으로써 욕구를 충족할 수 있기 때문에 소득의 부족을 빈곤으로 간주한다.

이런 관점에서는 모든 원인을 소득의 부족으로 보기 때문에 경제성장을 최우선으로 정책목표로 설정하게 되며, 빈곤대책도 소득보장 중심으로 전개하고, 사업대상은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제한하게 된다. 그렇지만 소득은 구매력을 보여주는 간접 지표일 뿐, 전체 복지수준을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어 소득중심 빈곤관점은 정책방향의 왜곡도 초래하여 사업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빈곤을 보는 관점을 상대적 결핍 개념으로 확대하면, 물질적 수준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생활수준, 사회참여에 이르기까지 그 사회에서 통용되는 생활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을 빈곤으로 정의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50~1960년대 절대적 빈곤시대에서는 소득결핍이 주요 문제였으므로 경제성장 정책을 통해 완화가 가능했지만 1990년대 이후 경험하고 있는 신빈곤 문제는 절대적 빈곤시대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신빈곤 문제는 노동시장 변화로 인한 고용불안, 사회적 배제, 문화·심리적 소외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동반하고 단순히 소득의 결핍이 아닌 비화폐적, 비소득적, 문화적 장벽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로 소득보장 정책만으로는 빈곤해소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소득빈곤 관점에서 다차원적 빈곤관점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유럽연합에서도 21세기 들어 그동안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기실업과 빈곤이 만연하면서 소득빈곤 관점과 경제발전정책 중심의 접근방법에 문제를 제기하고, 소득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다차원적인 면에서 결핍과 사회적 배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UNDP도 소득빈곤에 반하는 개념으로 인간빈곤(Human Poverty) 개념을 소개하고, 국가 또는 한 사회의 삶의 질을 측정하기 위해 ‘인간개발지수’를 개발하였으며, 또 교육, 건강, 생활양식의 3개 영역 10개 지표로 구성된 ‘복합빈곤지수’를 이용해 각국의 발전수준을 측정하고 있다.

또 OECD는 GDP, GNP 등의 경제지표를 대체해 삶의 질, 행복지수를 측정하는 사회발전지표 개발을 권장했으며, World Bank도 경제발전을 넘어 건강, 교육 등에서의 형평성을 강조한 ‘World Development Report 2006 : Equity and Development’를 발표하고, 경제적 불평등 외에도 삶의 여러 차원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에 대해 세계적 관심을 달리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