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1주년과 조기게양
연평도 1주년과 조기게양
  • 방용식
  • 승인 2011.11.24 13:22
  • 댓글 0

方鏞植 기자 / argus@sijung.co.kr


[시정일보 방용식 기자]“오늘 조기(弔旗)가 왜 게양돼야죠. 안 달았습니다.” 서울 ㄷ자치구와 ㅅ자치구 공무원의 말이다. 이들은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1주기를 맞아 관공서에 조기를 게양하라는 정부부처(국가보훈처, 행정안전부)의 협조공문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ㄷ자치구는 백보 양보해서 총무과 직원이 아니었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었지만, 서울 북쪽지역의 ㅅ자치구의 경우는 청사시설 관리 등을 책임지는 부서장인 탓에 이해하기 혼란스러웠다.

기자가 서울시청과 서울 강북지역 자치구 9곳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자치구 3곳은 조기를 게양하지 않았다. 서울시청과 중구, 용산구, 성동구, 광진구, 중랑구, 강북구에서는 국가보훈처 등으로부터 온 협조공문을 알고 있었고 평소와 달리 조기를 게양했다. 특히 성동구는 동주민센터에도 조기를 게양했다.

기자 역시 오늘 아침까지도 조기게양 사실을 알지 못했다. 출입처인 행정안전부로 오면서 정부청사 주변 깃대에, 그리고 광화문 KT건물에 조기가 게양된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할 정도였다. 이후 정부중앙청사 전면에 ‘연평도 포격도발 1주년 추모’라는 검은색 현수막을 보고서야 조기게양 이유를 알았다.

처음에는 깃대에 반쯤 걸쳐진 조기에서 ‘너무 소란스럽다’는 인상을 가졌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로 대한민국 해병 2명과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너무 가볍게 여겼던 탓이었다. 또 2002년 6월29일 북한의 도발로 윤영하 대위 등 대한민국 해군 6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한 ‘제2 연평해전’ 기념일과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취재대상 관공서의 30%만 조기를 게양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부처의 협조공문을 무시했거나, <대한민국국기법>을 이행하지 않았거나, 또는 기자와 마찬가지로 연평도 포격도발의 무게를 느끼지 못했던 탓일 게다. 이유야 어떻든 23일 관공서가 조기를 게양하지 않은 것은 행정기관 간 상하의 지휘체계가 어그러졌다는 생각에서 문제가 적지 않다고 본다.

물론 지금은 과거의 단선(單線)적 권위주의 체제는 아니다. 그러나 권위적인 것과 질서가 있는 것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23일 조기게양 여부는 이런 것을 단적으로 알게 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