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직은 개인의 정치적 입지 위한 자리 아냐
단체장직은 개인의 정치적 입지 위한 자리 아냐
  • 정칠석
  • 승인 2011.12.2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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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七錫 기자 / chsch7@sijung.co.kr

[시정일보]최근 들어 일부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내년 4.11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줄사퇴하고 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선출돼 4년 임기를 시작한 지 불과 1년 반여 만에 황주홍 강진군수를 비롯 서삼석 무안군수, 노관규 순천시장, 신현국 문경시장, 안덕수 강화군수 등 벌써 6명이 단체장직을 사퇴했으며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자치단체장을 합치면 10여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기초단체장도 피선거권을 박탈당하지 않았다면 공직선거법상 선거 120일 전에 사퇴하면 총선에 출마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의 기본은 신뢰와 책임이며 지자체장은 자신을 믿고 뽑아준 지역주민들과의 출마 당시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또한 지켜야한다.

선거로 당선된 선출직은 임기를 채워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시작과 끝은 진정 주민을 위해 임기를 마치는 것이다. 그러나 임기 도중 그만두면 이에 따른 폐해는 고스란히 그를 믿고 밀어준 주민들의 몫이 된다. 후임자를 뽑기 전까지는 적어도 몇 달간의 행정공백이 불가피하며 정책의 일관성과 책임행정 구현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소속 공무원 역시 차기 단체장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눈치보기에 급급 일손을 놓기 일쑤다. 또한 후임자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 비용은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에 더 큰 문제이며 통상 기초단체장 한 명을 다시 선출하는데 10억원 이상의 주민들의 혈세가 지출돼야 한다.

단체장은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복리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자리이다. 그런데 주민과의 약속을 깨고 총선에 출마하는 명분으로 ‘단체장으로서는 지역발전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앙무대로 진출해 예산을 더 많이 따오는 등 보다 큰 책임 있는 일을 하겠다’ 는 말은 자신의 영리를 위한 괴변에 불과하다.

공공의 약속을 저버리고 단체장직을 중도 사퇴해 엄청난 주민의 혈세를 낭비하며 개인의 정치적 욕구를 채우려는 선택은 결코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풀뿌리민주주의 발전에도 저해가 된다고 생각된다. 정치는 법 이상의 도덕적 신뢰와 명분을 요구하고 있다. 미사여구로 포장해 국민과의 약속을 밥 먹듯 어기는 사람들이 과연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겠는가.

정당은 국회의원 후보 공천 시 이처럼 행정공백을 초래하고 거짓말을 일삼는 이들을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선거법에 당선자의 임기 중 사퇴를 엄격히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이를 어기면 보궐선거비용을 물어내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