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없는 징계규칙 개정
진정성 없는 징계규칙 개정
  • 시정일보
  • 승인 2004.12.09 16:34
  • 댓글 0

方鏞植 기자 / argus@sijung.co.kr



지난달 사상 첫 공무원 파업과 관련, 자치단체에서 징계가 속속 결정되고 있다. 6일 현재 파업으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1278명으로 징계대상 2498명 중 51% 수준이다.
그러나 징계수위를 놓고 여기저기서 말이 많다. 정부는 파업 공무원은 단순 참가자라도 파면과 해임 등 배제징계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때 정부가 너무 강경하게 나가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정부 당국자는 ‘공직기강 확립과 국법질서 수호’ 차원에서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행정자치부 장관은 한 발 더 나아가 “그들은 극복대상이지 타협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집권당 당의장과 국무총리가 정상참작을 간접적으로, 또는 직접적으로 말하면서 징계수위를 조절하는 쪽으로 변화가 생겼다. 더욱이 징계요구권자인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정부의 징계방침을 공개적으로 거부하기도 한다. 울산의 한 자치구청장은 “징계는 내 권한이다. 나를 고발하라”고 말했다. 당연히 정부는 난감하기만 하다. 다른 자치단체에서 형평성을 들고 나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무작정 몰아 부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국무총리령으로 <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려고 한다. 개정안은 징계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인다는 게 핵심이다. 또 정치운동 금지조항도 추가했다. 지난 4월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한 전국공무원노조를 겨냥한 것이다. 전국공무원노조는 가뜩이나 사상 첫 파업에 들어가 공직사회를 요동치게 한 바 있다. 물론 파업 공무원은 새 규칙에 적용받지는 않는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이 개정안을 두고 “노조를 말살하기 위한 책동”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은 지난달 공무원 파업과 관련, 징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데서 비롯한다. 자치단체장의 성향에 따라 정부의 징계지침이 먹혀들지 않는다고 판단, 아예 논쟁의 불씨를 없애기 위해서다. 이번 개정안은 생각하기에 따라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징계수준을 한 단계 높인 것은 차치하더라도 정치운동금지 조항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무원 파업과 징계과정에서 떨어진 정부의 권위를 개정안으로 만회하는 건 별로 곱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파업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국민들이 그들의 행위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