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선 풀뿌리민주주의
벼랑에 선 풀뿌리민주주의
  • 임지원
  • 승인 2012.04.1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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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가 내놓은 ‘지방자치제도 전면 개편안’에 대해 서울시 자치구의원들이 민감한 건 당연하다. 개편안은 ‘기초단체는 없애고 광역을 늘린다’는 기존 논의는 무시되고, △서울시와 전국 6개 광역시 구의회 폐지 △광역시는 관선으로 구청장 선임 △지자체 유형별 인구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자치구간 통폐합 등의 내용을 주요 골자로 담았다.

구의원 자리의 존폐가 걸린 이번 개편안은 18일 열린 서울특별시 구의회 의장협의회 4월 월례회의의 주요 아젠다로 논의됐다. 서울특별시 구의회 의장협의회 회장인 성임제 강동구의회 의장은 “12월 대선을 앞두고 개편안이 통과되기는 어렵다고 보지만, 연기가 나면 언젠가 불이 나게 마련”이라면서 “서울시의장협의회 회장으로서 삭발은 물론 단식, 청와대 농성까지 강력대응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역설했다.

박동석 관악구의회 의장도 “오래전부터 구의회 폐지 논란이 있어왔다. 지난해 의원연수에서도 현역 국회의원이 강의를 통해 ‘구의회 폐지에 대해 여ㆍ야가 공감하고 있다. 시행시기가 문제’라고 언급한바 있다”면서 “(구의회 폐지와 관련해) 보다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현찬 은평구의장 또한 “구의회 폐지는 국회를 거쳐야만 최종 확정된다. 의원들이 시위를 할 수도 있겠지만 구의원과 지역구 국회의원들과의 소통이 선행돼야 한다”며 방안을 제시했다.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안타까운 생각이 먼저다. 4월11일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만 봐도 단순히 국회의원만의 선거가 아니었다. 지역구 구의원들도 사활을 걸었다. 국회의원이 이들의 공천권을 가지고 있으니 예상된 모습이다. 사실 구의원의 경우 ‘당’이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역량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구의원이 제대로 일을 하려면 공천제가 폐지돼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지방자치제도 전면 개편안’이 발표된 현 상황에서는 구의원 자리를 지키기 위해 국회의원과의 ‘소통’을 강요당한다는 느낌마저 들어 씁쓸하다. 주민과의 소통은 동네에서부터 시작된다. 무조건적으로 구의회 폐지를 논하기 이전에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실현’이라고 일컫는 이들 구의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