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당에 이어진 수첩행보
의사당에 이어진 수첩행보
  • 문명혜
  • 승인 2012.04.2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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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문명혜 기자]취임초 현장을 돌며 6~7급 실무 공무원처럼 수첩에 메모를 하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또다시 ‘수첩’으로 의원들과 방청석에 큰 웃음을 주었다.

5월2일까지 예정된 제237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지난 19일부터 시작된 시정질문은 20일, 23일까지 이어지며 ‘벼르고’ 준비해 온 의원들의 공격적인 질문에 박원순 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간부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의원들은 요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 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 문제와 뉴타운ㆍ재개발, 자전거 활성화 대책 등의 질문을 준비해 집행부를 추궁했다.

19일 단상에 오른 김미경 의원(민주통합당ㆍ은평2)은 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과 우면산터널을 예로 들면서 서울시 민자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감사를 강력히 촉구했고, 답변에 나선 박 시장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호응했다.

20일 계속된 시정질문에서 전철수 의원(민주통합당ㆍ동대문1)은 서울시의 자전거도로 대책과 관련해 촘촘한 ‘그물망’을 던져 집행부를 곤혹스럽게 했는데, 고개를 숙이며 열심히 메모를 하던 박 시장이 답변을 하려 단상에 오르는 동안 의원석과 방청석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박 시장의 손에 작은수첩이 들려 있었던 것이다.

4만6000명의 직원들을 거느린 지방자치 거목이 ‘앙증맞은’ 수첩을 들고 단상에 오르는, 격의없고 천진해 보이기까지 하는 모습에 모두들 웃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답변 멘트가 적혀있는 수첩을 펼친 박 시장은 전 의원의 질문이 자전거도로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과 자전거도로에 대한 종합대책을 세워보겠다고 화답을 했다.

박 시장의 수첩행보는 이날 본회의장에 의정체험 학습을 위해 방문한 어린 학생에겐 의원들과 또다른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신용산초등학교 5학년 장호준 군이 자신도 앞으로 학교공부에 수첩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한 것으로, 미래의 메모광을 만들어내는 효과까지 낸 것이다.

취임초 ‘빨간수첩’을 들고 현장에서 메모하는 모습으로 탈권위의 상징적 장면을 연출했던 박 시장이 이번엔 무겁고 엄숙한 시의회 본회의장을 ‘무장해제’ 시켰는데, 그동안 메모량이 많았던지 수첩은 빨간수첩에서 검은색으로 바뀌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