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서 일하겠습니다
집중해서 일하겠습니다
  • 송이헌
  • 승인 2012.05.1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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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헌 기자

“집중해서 일하겠습니다.”

서울 S구청의 각 부서에 붙어 있는 포스터에 게시된 글귀다. 집중해서 일하는 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11시, 오후 2시부터 3시30분으로 명시돼 있어 민원인들이 이 포스터를 볼 때 과연 S구청의 직원들은 맡은 바 책무에 열심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역설적으로 얼마나 업무에 충실하지 못하면 이런 포스터까지 게시했을까 의구심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열심히 맡은바 책무를 다하는 대다수 공무원들은 주변의 상황변화를 의식하지 않고 주민의 공복 역할에 충실하다고 생각되지만 언제나 생선가게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는 것처럼 일부 몰지각하고 자유분방한 직원들에게 경종을 울리려는 목적이라 해도 포스터까지 제작해 게시한 것은 전근대적인 방법이다.

‘집중해서 일하겠습니다’는 캐치프레이즈는 10여년 전 지방공직사회에서 이미 사용한 적이 있어 구태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복무기강 확립은 부단체장의 고유 업무이기에 부단체장 직속 기구에서는 수시로 점검한다는 답변이지만 복무기강이란 소속 직원들의 정신 상태에서 스스로 나올 때 그 효력을 지대한 것. 부단체장이 자신의 업무를 망각한 채 단속에만 신경을 쓰지 말고 소속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갖가지 행동을 취한다면 복무기강 확립은 저절로 이뤄지며 화기애애한 자치행정이 꽃핀다는 직원들의 뼈 있는 하소연이다.

따라서 부단체장은 단체장을 보좌하기 위한 모든 업무를 소속 직원들의 사기진작과 궤를 같이 하는 지혜와 슬기가 필요한 것이다. 수십년 공직생활 중 복지부동에 익숙한 모습은 자신은 물론 단체장과 소속 직원 모두에게 백해무익한 것임을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지방행정체제개편 움직임과 맞물려 지방 공무원들 속내는 어느 누구도 가늠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단체장은 인사행정을 비롯한 각종 문제를 공명정대하게 투명하게 처리하는 결단이 필요하며 자리만 지키려는 구태에서 탈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 여겨진다.

지난 수십년간의 공직생활의 유종의 미를 위해서도 부단체장의 소신 있는 행정은 S구청뿐만 아니라 전국 지자체 전체의 문제라는 풍문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현실이기에 가슴답답하고 허탈할 뿐이다. ‘집중해서 일하겠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게시하는 어리석음은 다시는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의 분발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