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일자리, 삶의 만족도에 큰 영향
은퇴 후 일자리, 삶의 만족도에 큰 영향
  • 임지원
  • 승인 2012.06.0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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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인복지학회 ‘베이비부머 세대의 삶’ 춘계학술대회

 

높은 교육수준 갖춰 취미생활ㆍ자원봉사활동 관심
노후정책 우선순위 ‘건강보호ㆍ장기요양ㆍ소득보장’
평생교육 활성화ㆍ임금피크제 활용 고용안정 도모

고령화 사회로 본격 진입한 한국은 선진복지를 위해서는 노인복지가 가장 큰 과제다. 이에 한국노인복지학회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삶’을 주제로 5월31일 공덕동 소재 한국사회복지협의회 강당에서 2012년 춘계학술대회를 열었다. 보건복지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시정신문에서 후원한 이날 학술회의는 노인복지와 관련된 학계와 현장 전문가들의 자유발표와 기획발표를 통해 노인복지의 쟁점이 되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삶에 대한 현황과 전망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다.

 

 

한국전쟁 이후 1955년~1963년 사이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 2010년 평균은퇴연령인 55세에 첫 진입, 2020년 노년기로 들어서는 이들은 한국 인구의 14.7% (720만명)를 차지하며, 노인복지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베이비부머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끈 한국 현대사의 실질적인 주역이며, 대가족과 핵가족 모두를 경험했고, 부모부양과 자녀양육의 책임을 동시에 지고 있는 마지막 세대이자 급속하게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에서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첫 세대다. 한국사회의 특수한 사회적 변화를 경험한 이들은 현재 노인과는 이질적인 세대로, 베이비부머 세대해 대한 연구 및 정책 마련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실정이다.

‘베이비부머 시대의 삶’을 주제로 진행된 학술회의 3부 순서에서는 정둘순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가 ‘베이비부머 세대의 삶의 만족도’와 관련, 1988년과 2008년을 비교 분석하는 것으로 논의를 시작했다.

정둘순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와 예비노인 세대의 삶의 만족도를 취업자ㆍ비취업자 집단으로 구분해 연구를 진행했다. 정 교수는 “취업자 집단에서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중 임금이나 취업안정성과 같은 직업관련 요인들은 베이비부머 세대와 예비노인 세대에 모두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해 노인이 된 후에도 임금이 되는 일과 안정된 취업으로 연결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둘순 교수는 “취업자 집단의 경우 베이비부머 세대에서 여가와 주거에 대한 평가의 영향력이 예비노인보다 높게 나타났다”면서 “이는 베이비부머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하고 질 좋은 여가활동의 개발과 베이비부머 세대의 욕구에 기반한 주거환경의 조성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미취업자 집단에서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중 배우자 유무가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예비노인 세대에서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나이가 들수록 배우자가 삶의 만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소정 남서울대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2010년 7월 시행된 ‘중년층 생활실태 및 복지욕구조사’ 중 베이비부머(45~55세) 세대만 분석, 정책적 대안을 제시했다. 이소정 교수는 “베이비부머의 가족형태는 생애주기 특성이 반영된 부부+미혼자녀 및 확대가족으로, 자녀동거율은 82.7%, 손자녀가 있는 비율도 11.8%로 높았다”면서 “이들은 위로는 부모를 모시고, 아래로는 자녀(성인 자녀까지)를 기르는 세대로, 자녀부양에 대한 책임이 강하며, 이에 대한 부담도 많이 느끼고 있다. 성인자녀에 대한 부양부담을 약화시킬 수 있는 가치관 변화 및 방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세대에 비해 높은 교육수준”이라면서 “또한 이들이 노후 취미생활이나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강한 선호를 보이고 있어 다양한 여가활동의 기회 제공 및 프로그램의 고급화는 물론, 잠재된 자원봉사 욕구의 구현을 통한 사회적 공헌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밖에도 이소정 교수의 연구 결과,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노후 예상되는 어려움으로 건강악화(54.7%)와 경제난(31.8%)을 꼽았으며, 성공적인 노후조건으로도 건강(45.1%)과 경제적 안정 및 여유(40.6%)를 필요로 했다. 특히 노후정책의 우선순위로 건강보호, 장기요양을 1순위(43.5%), 노후 소득보장을 2순위(32.9%)로 선택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단기간에 많은 노동 인력이 은퇴를 한다는 것. 일본의 경우만 해도 1947~1949년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일본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학술회의에서도 이형중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이 ‘베이비부머의 퇴직과 일자리 지원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소개했다.

이형중 수석연구원은 “학력과 소득수준이 높은 베이비부머는 경력개발에 관심을 갖거나 일정 소득이상의 ‘괜찮은 일자리’를 추구하고, 사회참여가 많을 것”이라면서 “이들은 노후에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도전적인 일을 원하고 자기실현 욕구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덧붙여 이 수석연구원은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베이비부머 인력의 활용은 베이비부머의 삶의 욕구를 실현하고 고령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로, 새로운 인생영역으로 들어가는 베이비부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베이비부머의 일자리 지원정책은 개인적인 인식과 준비 지원, 능력개발과 활용을 위한 사회적 지원이라는 2가지 방향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구체적인 일자리 지원방안으로, △생애설계교육의 활성화 △퇴직예정자들에게 생애설계 정보를 제공하거나, 재취업ㆍ창업 관련 교육, 일자리 알선 등의 전직지원(Outplacement) 서비스 강화 △단계적 은퇴제도의 시행 강화 △평생교육 시스템 구축 및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한편 베이비부머의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단계적 은퇴제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정년을 보장하거나 연장하는 대신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의 경우 기업의 비용부담을 줄이고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하는 효과적인 제도다. 현재 정년보장형ㆍ정년연장형ㆍ고용연장형으로 운용되고 있다. 향후 기업들이 정년연장형과 고용연장형을 적극 도입하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 중고령자 고용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林志元 기자 /
jw8101@sijung.co.kr

중고령층 여가사용 불평등 심각
신규수(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수료)

1980년대 경제성장과 개인소득 향상으로 인해 대중의 소비패턴과 생활양식의 변화가 생겼다. 이른바 ‘마이카-외식문화-여가’의 시대가 열린 것.
이와 관련, 서울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신규수 씨는 ‘우리나라 중고령층의 사회계층에 따른 여가사용의 불평등’에 대해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령층은 휴식형 여가활동을 주로 하며, 교육수준과 소득이 높을수록 여가를 즐기기 위한 비용(절대액과 비중)이 높아진다. 상용직과 고용자는 임시일용직에 비해 더 많은 문화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수 씨는 “노년기의 여가생활은 사회적 역할을 상실하고, 무료하게 일상을 보내는 노인들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신체적 건강증진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여가는 단순히 일하고 남는 시간이 아닌 자아실현을 위한 사회ㆍ문화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본권이라는 인식하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성미선 서울시립 마포노인종합복지관 관장은 “기존의 노인들은 여가를 향유하는 세대는 아니었다. 노년에게 여가란 휴식이 대부분”이라면서, “노인들이 주도하는 프로그램 운영 환경은 물론 예비노년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혼미팅 등 노년기 이성교제 중요
나임순(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독신노인을 대상으로 한 이색적인 연구도 눈에 띄었다. 나임순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가 인구보건복지협의회에서 진행한 황혼미팅 ‘희노애락(喜怒哀樂) 행복한 노년의 즐거운 사랑만들기’를 토대로 ‘황혼미팅 프로그램 매뉴얼 개발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것.
이 연구는 독신노인에 대한 실태 분석을 통해 지역사회 내 노인 관련기관에서 용이하게 프로그램 시행이 가능하도록 황혼미팅 프로그램 매뉴얼을 개발,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전체 노인 553만7000명 중 독거노인은 20.2%인 118만7000명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나임순 교수는 “사별, 이혼 등으로 독신노인의 증가는 불가항력적인 귀결”이라면서 “60세 이상 고령의 나이에 이혼하는 황혼이혼이 2000년 이후 전체 이혼의 20% 내외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 교수는 노년기 이성교제 확산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우리 사회의 인구학적 변화와 가치관의 변화로 독신노인 비율이 늘고 있다. 이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복지적 차원의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총 재혼 건수 중 노인 재혼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급증하며, 황혼결혼 시장이 유망사업으로 떠오르는 현실에서 노인복지기관에서 주도해 어르신들의 비용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사회참여 활성화로 자살예방
이묘숙(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OECD 국가 중 자살율 1위, 특히 65세 이상 자살율이 일반인보다 4배 이상 높은 현실에서 노인의 사회적 고립이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 사회참여활동의 매개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도 제시됐다.
이묘숙 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는 “배우자가 없거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경제력이 낮은 사람들이 자살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노인에게 있어 사회참여활동은 고독, 외로움, 사회적 고립감과 같은 것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자살충동이나 자살생각을 억제시키는 중요한 변수임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묘숙 교수는 “이미 일본에서는 노인의 고독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우리나라에서도 독거노인의 41%가 우울증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서 “이번 연구는 노인자살예방을 위한 사회복지적 개입근거를 제시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실질적인 정책 및 실천방안으로 △노인활동 활성화 방안 마련 △돌봄서비스 확대 △노인자살 예방을 위한 부부관계 증진 프로그램 △건강증진 프로그램 개발 △사회적 고립 감소를 위한 노인공동주택 개발 등 방안을 내놨다.
한편 우리나라는 2012년 현재 1인 단독가구가 25.3%를 차지하고 있고, 2035년에는 34.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가족구조의 변화와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2012년 현재 119만명에서 2035년에는 343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조손가족ㆍ조부모 지지 프로그램 개발
김혜경(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노인인구의 급증과 동시에 더욱 복합적이고 일탈적인 가족해체 요인들이 증가함에 따라 조손가족도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조손가족에 대한 사회적 가치가 인식되면서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부터 조손가족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김혜경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조손가족 희망사다리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질적 분석을 실시, ‘조손가족 조부모 지지프로그램 개발 및 효과성’에 대해 발표했다.
김혜경 교수는 “조손가족의 조부모들은 개인과 가족이 경험한 부정적이고 일탈적 역사를 갖고 사회적으로 배제돼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대표적인 계층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이들에게 건강하고 지지적인 집단 활동 참여를 통해 상호간의 감정이입과 상호원조를 경험하고 자기인식을 증진시키고 자신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통해 사회정서적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집단 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번 주제발표 토론자인 서진 대전광역시 중구의회 의원은 “성공적인 프로그램운영을 위해서는 사회복지사 등 현장 작업자의 긍정적 마인드가 필수”라면서 “의원으로서 대전광역시와 중구에 자료를 요구했는데 담당 공무원조차도 조손세대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제도적, 정책적 정비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