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청회의의 뉴트렌드
관청회의의 뉴트렌드
  • 문명혜
  • 승인 2012.07.1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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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明惠 기자 / myong5114@yahoo.co.kr

 

서울시 회의문화가 달라졌다. 딱딱하고 획일적인 기존의 ‘관청형’ 회의가 파격적으로 변하고 있는데 지난 12일 ‘여름철 에너지절약’을 주제로 열린 정례간부회의는 새로운 트렌드의 서막이 열렸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풍경이 펼쳐졌다.

 

과거의 회의는 각 부서장이 긴장된 표정으로 업무보고를 한 후 시장과 부시장단이 짐짓 근엄한 표정으로 보고사항에 대해 코멘트를 하는 ‘메뉴얼’대로 였고, 사시사철 정장은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간부들은 울긋불긋한 남방에 티셔츠까지 다양한 옷을 입고 참석했고, 서울시정에 가차없이 비판을 가하는 시민단체와 민간기관 관계자까지 참석해 기탄없이 의견개진을 하는가 하면 간간이 웃음소리마저 터져 나오는 등 ‘부드러운’ 회의가 계속됐다.

과거 서울시 주관회의에 시민들이 참석한 경우는 특정 주제를 정해놓고 관계부서를 만나거나 ‘시민과의 대화의 시간’이라는 타이틀 등으로 단발성 이벤트에 그쳤는데, 이렇게 시민들이 아침일찍 정례간부회의에 참석하는 경우는 이례적인 것이다.

시민들과 민간기관 참석은 의심할 바 없이 “행정은 탁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나온다”는 박원순 시장의 시정철학이 반영된 것이며 현장을 청사 안으로 옮겨놓은 테크닉을 쓴 것이기도 하다.

간부들이 관청안에서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서 완벽한 정책을 입안해도 이해당사자들과 시민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으면 자칫 반쪽짜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회의문화 변화의 토대가 됐고, 회의에 참석한 시민들과 민간기관은 주제와 관련, 에너지절약 사례와 방안을 제안해 ‘기대대로’ 시정 업그레이드를 위한 소중한 초석을 깔아주었다.

달라진 회의모습에 흐뭇할만도 한데 박 시장은 만족스럽지 못한 모양이다. 간부들의 모습이 너무 딱딱하고 재미가 없다며 ‘분발’을 주문하는 한편, “끌려온 소 같다”면서 적극성까지 요구했다.

회의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경직된 관료주의는 방해요소라는 생각을 말한 것이고, 간부들의 수십년 몸에 밴 관료주의가 하루아침에 고쳐질 수 없는 사정도 이해가 가지만 수장의 당부가 있었던 만큼 8월 회의때 간부들이 어떻게 ‘변신’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