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 보다 민주성 가치추구, 지방자치 패러다임 재설계
효율성 보다 민주성 가치추구, 지방자치 패러다임 재설계
  • 시정일보
  • 승인 2012.08.2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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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구원 정책리포트 / 지방자치 20년의 평가와 향후 과제

지방자치 20년, 주민자치 12년... 여전히 ‘중앙집권적’
도시·농촌 통합형 재설계, 기관구성 대립보다 ‘통합형’
인구·재정규모 따른 ‘차등적 지방분권’ 자치재정권 확립


기관위임사무 폐지 통한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

- 자치구와 사무위임관계에서 서울시의 선도적 역할
- 서울시·광역 공공서비스 공급, 자치구·생활형 업무


[시정일보] 지방자치 시행 20년, 주민자치를 도입한지 12년이 지났지만 한국의 지방자치는 여전히 중앙 집권적이며, 경직성과 비효율성이 강하다. 이러한 왜곡현상은 지방자치법의 이중성에 그 원인이 있다. 표면상으로는 지방정부에 포괄적인 자치사무를 부여하고 있으나 다른 법령에서 기관 위임적 관계를 규정하는 단서조항을 통해 지방정부의 자치권을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집권적인 지방행정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상태에서 사무이양을 중심으로 하는 지방분권은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켜 오히려 지방자치를 역행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Ⅰ. 지방자치 20년의 사무분권 현황

지방정부의 사무는 폭넓게 자치가 인정되고 있는 외형에 불과하다. 지방정부의 사무 구성은 국가사무를 지방에 위임해 수행하는 기관위임사무와 단체위임사무 그리고 지방자치사무로 구분돼 있지만 이 중 기관위임사무는 지방정부의 자치력을 제약시키는 요소이다.
또 지방정부의 지방자치사무는 지방자치법 제9조에 의해 6개 분야로 나눠서 포괄적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단서조항으로 지방자치법 이외의 개별 법령에 의한 기관위임사무만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 50만 이상의 대도시에 대해서는 자치사무를 비교적 넓게 허용하고 18개 사무에 대해 도의 사무를 직접 처리하도록 대도시에 대한 자치권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인사, 지방재정, 매장 및 묘지, 청소·오물, 지방토목과 주택건설, 도시계획, 도로개설과 유지관리, 상수도사업, 공공하수도, 공원, 지방궤도사업, 대중교통행정, 지역경제 육성, 교통신호 등을 직접 처리하며 보다 폭넓은 사무에 대해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서울시와 광역시는 광역시도의 사무에 더해 기초자치단체에서 처리하는 14분야의 사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는 자치구의 자치력을 제약시키고 있다.
이런 중앙집권적인 지방행정체제 속에서 중앙정부는 사무이양을 중심으로 지방분권을 실시 중에 있다. 중앙정부는 1991년부터 사무이양의 논의가 시작돼 민관합동의 비상설협의체인 지방이양합동심의회를 설치했으며 1999년부터는 지방이양추진위원회, 2003년에는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이명박정부에서는 지방분권촉진위원회를 법정조직으로 설치·운영하고 있다.
특히 1994년, 1998년 등 지방자치제도 시행 초기에는 사무이양이 활발했다. 지난 10년간 국토해양분야의 사무이양이 770건으로 가장 활발했고 그 다음 환경부 465건, 보건복지부와 농림수산식품부, 지식경제부가 각각 252건, 237건, 225건 순으로 나타났다.
또 국민의 정부에서 가장 많은 사무를 이양해 국가에서 광역시도로의 이양이 805건으로 가장 활발했고 다음은 광역시도에서 기초 시군구로의 이양이 610건으로 나타났다.
이명박정부에서는 이양을 위한 사무를 가장 많이 발굴했으나 미이양인채로 남겨진 사무가 439건으로 사무이양에 대해 미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Ⅱ. 지방분권 수준에 대한 평가

지방자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수준이 미흡하다는 의견이 76.5%를 차지, 대부분 개선 필요성이 아주 높다는데 동의했다. 또 지방분권의 지속적 추진을 주장해 약 80%가 향후 지방분권의 강화를 통한 지방자치제도의 강화를 지지했다.
지방분권 수준이 미흡한 이유로는 중앙정부부처가 권한을 이양하지 않기 때문과 재정분권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또 전문가들의 12%는 현재의 사무이양이 지방자치단체의 부담만을 가중시킬 것으로 인식했다.
지방분권의 지속적 추진이 필요한 이유로는 지방자치단체의 자기책임성 강화가 5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중앙집권의 비효율성을 줄이기 위해서, 시민참여활성화를 위해서가 각각 21%를 차지했다. 특히 지방분권 강화 시의 중점사항으로서는 세원이양 확대, 지역커뮤니티 활성화, 보충성 원칙 강화, 주민참여예산제도의 확대 순으로 나타났으며 지방분권의 추진방법으로 차등적 지방분권방식을 가장 선호했다.
또 지방자치에는 두 종류의 패러다임이 존재하는데 한국의 지방자치제도는 단체자치의 패러다임이 중심이었고 주민의 참여를 통한 자치역량의 함양은 미흡했다. 전문가들은 주민차지가 더 중요하다는데 70.6%가 동의했고 단체자치가 더 중요하다는 비율은 17.6%에 그쳤다. 또한 민주성의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응답비율이 효율성 추구보다 6배 정도 더 높아 지방자치는 시민이 스스로 다스리는 것이 지배적으로, 시민의 역량이 함양돼 있지 않을 경우 비효율적인 것으로 내다봤으며 국가경쟁력보다는 주민의 삶의 질에 더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나타났다.
한편 지방자치제도는 도시의 발달에 따라 농촌지역에서 분리함으로써 도시의 지방자치의 특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지방자치구조 재설계 시 도농분리보다 도농통일에 더 중점을 둘 것을 제안했다.
한국에서는 도농통일형의 지방행정체제개편을 이미 1995년경에 실행했다. 그러나 한국 지방자치법의 기본구조는 도시와 농촌을 분리하는 구조다. 또 광역시제도나 대도시특례제도는 농촌과 구분된 도시행정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법제도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은 기관대립형으로 지방의회와 단체장을 별도의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이로 인해 지방자치단체내에서 구조적으로 정책갈등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
이처럼 현재의 사무이양을 지속하는 방식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영미식의 주민자치패러다임 도입을 적극 선호하며 바람직한 지방분권 추진방식으로 재정규모에 따른 차등적 지방분권방식, 자치헌장을 부여하는 방식이 선호된다. 현재와 같이 획일적인 지방자치가 아니라 인구와 재정규모에 따른 차등적인 지방분권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지방자치단체별로 지역적 특성이 다르고 지방자치단체별로 재정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차등적 지방분권의 전략으로써 자치재정권 보장이 가장 중요하며 다음으로 자치입법권 보장과 정부구성형태의 다양성 보장, 중앙권한의 대폭적 지방이양을 선택해야 한다. 자치재정권의 보장은 지역적으로 재정력의 차이를 크게 할 수 있는 개연성에도 불구, 차등적 지방분권의 중요한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향후 10년 후의 분권형 지방자치제도의 재설계 시 가장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중앙정부의 역할과 지방정부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것이며 헌법의 개정논의, 주민참여 기회의 확대, 차등적 분권제도의 적극적 도입 등에 대해서는 미온적이다. 그만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해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하고 기관위임사무의 폐지를 강하게 암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Ⅲ. 지방분권정책의 추진방향

사무이양의 양을 더 늘리는 방식의 분권촉진방식은 더 이상 불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이미 1990년대 지방분권논의를 통해 기관위임사무를 폐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전환했다. 정부간 관계의 수평적 전환은 법률의 일괄적 개정에 의해 구현할 수 있는 것이므로 법률일괄개정의 논의 방식 도입이 필요하며 대륙계 지방분권 패러다임에 한정하지 말고 영미계의 주민자치 패러다임에 입각한 제도의 도입을 전향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즉 기관위임사무폐지위원회를 구성해 기관위임사무를 일괄적으로 폐지하고 주민중심의 자치제도를 도입한다. 특히 지방정부의 기관구성의 다양성이나 자치경찰이나 자치교육에 대해 주민자치적 제도를 도입하며 특별지방행정기관 중에서 지방정부의 사무와 중복되는 조직을 축소 혹은 폐지한다.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중앙정부의 개입과 통제, 규제와 간섭을 중앙정부 관련 조직 축소와 인력 감축 등 시스템적으로 폐지해야 한다.
둘째는 자치구와의 사무위임 관계에서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분권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의 역할은 광역적 사무에 한정하고 주민의 근린생활과 관련된 사무는 보충성의 원칙에 입각해 포괄적으로 자치구에 이관한다.
또 자치구는 도로, 공원, 여가, 레크리에이션 등의 자치사무에 한정해 국가재원이 필요한 복지사무는 별도의 기관을 통해 처리하거나 법정수탁계약에 의해 명시적으로 비용과 지출 관계를 명확히 한다. 초등교육도 가장 기초적인 지역단위에서 수행돼야할 할 공공서비스라고 할 수 있으므로 자치구단위로 자치한다.
특히 서울시는 도시철도, 도심고속도로, 대공원, 상하수도, 소방, 경찰, 중고등학교, 건강 등과 같은 광역적 공공서비스를 공급하는 역할로 특화해야 한다.

김찬동/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