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 특권 포기 운운, 뒤에선 제 밥그릇 챙기기
앞에선 특권 포기 운운, 뒤에선 제 밥그릇 챙기기
  • 정칠석
  • 승인 2012.09.1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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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19대 국회 들어 국회예산이 축소된 와중에도 의원 세비는 대폭 오른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1인당 1억3796만원으로 18대 평균 1억1470만원에 비해 20.3%인 2326만원이나 세비를 슬그머니 올렸다. 세비를 두 자릿수 이상 인상하는 것은 그간 여야가 한결같이 요란하게 떠들던 특권 포기를 입으로만 외치는 것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국회는 많은 국민들이 빈곤에 허덕이는 현실은 안중에도 없이 오직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한 철면피로 이기주의의 극치라 할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세비 인상을 국민들에게 비밀로 해왔다는 사실이다. 이것도 세비 인상을 몰래 한 채 어물쩍 넘어가려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최근 원내대책회의에서 “19대 국회의원 세비를 보니 18대 국회보다 20% 늘었다. 의원 개개인의 생산성이 18대 국회에 비해 올라가야 한다”고 소속 의원들에게 당부하면서 세비 인상 사실이 8개월여 만에 간접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지난해 11월 운영위에서 국회 예산을 통과시킬 때만 해도 세비 인상은 논의조차 되지 않다가 12월 말 예결위의 예산안 처리 때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특히 19대 국회는 겸직 금지, 무노동 무임금 등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지난달 국회쇄신특별위원회도 출범시켰으나 이는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것으로 국민들은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국민들은 너나없이 불경기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정쟁이나 일삼고 각종 부패에 휘말려 눈총을 받고 있는 의원들이 현행 연봉도 모자라 행정부 공무원 보수 인상률 3.5%보다 훨씬 높은 20.3%나 올렸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랬더니 제 잇속만 챙긴 국회의원들에게 최소한의 염치와 도의라는 게 있는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현행 우리나라 국회의원 세비는 여야 원내대표 간 협의를 거쳐 국회의장 결재만으로 가능케 해 자신들이 스스로 인상할 수 있는 길을 터놓고 있다. 국회의원 세비 문제는 국회 상임위원회나 본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다루는 것은 물론 외부에서도 논의에 참여해 세비 결정과정을 투명하게 바꿔 세비에 대한 통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아울러 국회의원 세비를 비롯 입법활동비와 각종 수당 등 세부 내역을 매년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의원 정수의 감축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국회는 민생은 외면한 채 정쟁만 일삼을 것이 아니라 극비리에 국민의 혈세로 인상한 세비를 즉각 반납하고 사과하는 것이 그나마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