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클래식
가을의 클래식
  • 문명혜
  • 승인 2012.10.25 15:10
  • 댓글 0

 


[시정일보]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이어 18일 속개된 국토해양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는 예년과 다름없이 여야의 정쟁이 펼쳐졌다.

국정감사가 시작되자마자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엄청난 양의 자료요구를 쏟아냈고, 민주통합당 소속 이미경 의원은 “자료요구가 너무 많아 공무원들이 일하는데 차질을 빚을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든다”며 은근히 공무원 편을 들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발끈했다. “이미경 의원이 서울시 대변인이냐”(김태흠 의원),“의원들의 자료요구는 당연한 것인데 국정감사를 하지 말자는 것이냐”(홍문종 의원) 등 이미경 의원을 성토했다.

이에 대해 이미경 의원도 지지않고 “시장이 민주통합당 소속이라서 그렇게 많은 자료요구를 하는 것이냐”며 재반격을 하고 같은당 소속인 주승용 위원장도 “국감을 정쟁적으로 해선 안된다”며 이미경 의원 편을 들었다.

곧바로 민주통합당 간사인 이윤석 의원과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동시에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했고, 주 위원장이 홍문종 의원은 아까 발언했으니 “이윤석 의원 차례”라고 하자 분개한 홍 의원은 “사회를 제대로 봐야지!” 소리쳤다.

마이크를 잡은 이윤석 간사가 “위원장이 공평하게 사회 잘 보고 있는데 왜 시비냐”며 자당 소속 위원장을 감싸자 새누리당 간사인 강석호 의원이 나서며 “홍문종 의원에게 발언권을 줬어야지! 공정하게 사회를 봐야지!” 고함쳤고 여야 의원 모두 한마디씩 거들며 ‘벤치 클리어링’에 나섰다.

이윽고 주승용 위원장은 ‘직권’으로 의사봉을 내리치며 정회를 선포했는데 얼굴이 벌개진 홍문종 의원의 “위원장 맘대로 정회야! 자료요청 했다고 정회야!”라는 고함소리가 회의장을 덮은 시간은 오전 11시1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이날 국감장의 정회 소동은 작년 10월 재보궐 선거에서 지방권력의 최대 영지를 뺏긴 새누리당 의원들의 카운터 블로우에 민주통합당 의원들의 교묘한 방어전술이 빚어낸 장면으로, 서울시 국감장에서 해를 거르지 않고 재연되는 ‘가을의 클래식’이기도 하다.

국감장에 배석했던 초췌한 얼굴의 한 공무원은 “국감자료 요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새벽 3시에 자료요구를 한 의원도 있었다”며 ‘다크서클’을 손으로 비볐다.

자료준비 때문에 통상업무에 지장을 받는 것은 서울시 공무원들에겐 전혀 새롭지 않은 10월의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