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책만 읽나요? 이웃도 만나고 직장도 구해요
도서관에서 책만 읽나요? 이웃도 만나고 직장도 구해요
  • 임지원
  • 승인 2012.10.3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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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지식복지의 시작 ‘도서관’을 가다

 

10월26일 개관한 서울도서관.



[시정일보]“현대의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공장이나 마찬가지다. 자연ㆍ자본ㆍ노동이라는 전통적인 생산요소를 넘어선 지식과 정보가 권력이 되고, 창의력과 상상력이 돈이 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도서관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취임하면서부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인이 노벨상 수상자의 20%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이고, <해리포터> 시리즈만으로 300조가 넘는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도 창의력과 상상력이 전제됐기 때문이다. 민선5기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선택과 집중이 ‘소통’과 ‘독서’에 있는 것도 이해되는 부분이다. 특히 집 가까운 도서관은 소통과 독서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다양한 정책들이 시도되고 있다. 본지는 책 읽기 좋은 계절 가을, 서울시 및 각 자치구들의 도서관 정책에 대해 살펴본다.



‘10분거리 도서관’ 생활 밀착형 작은 도서관 사업 활기
최근 개관 ‘서울도서관’ 책 읽는 도시 컨트롤타워 역할
구청 북카페ㆍ공공도서관 확대, 도서관 전담팀 신설 등

그 도시의 과거를 확인하려면 박물관으로 가고, 현재를 알고 싶으면 시장에 가면 되고, 미래를 보고 싶으면 도서관으로 가라. 한 개인의 미래도 도서관에서 해답을 얻는다. “지금의 나를 키운 것은 조국도, 어머니도 아닌 동네 작은 도서관이다”라고 말한 빌 게이츠, 뉴욕 공공도서관 미드맨하튼 분관 직업정보코너에서 첫 직장을 찾은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단순히 도서를 대여해주는 공간이 아닌 정보 센터이자 문화의 중심, 주민생활의 중심이 되는 도서관이 키운 인재들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독서의 해 캠페인’이나 서울시의 ‘도서관 및 독서문화 활성화 종합계획’ 발표 등은 늦은감이 있다. ‘독서의 해 캠페인’의 경우 올해 달력 두장만을 남겨둔 시점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제시하기 어렵다.

◆‘시민 1인당 연간 20권’ 책 읽기 등 종합계획 발표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물론 시장단과 주요 부서장들이 참여해 시정과 관련된 책을 읽고 토론을 벌이는 ‘독서클럽’이 진행된다. 시정운영에 있어서도 독서열풍을 몰고 온 박원순 시장의 아이디어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7월에는 ‘서울시 도서관 및 독서문화 활성화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독서문화 조성에 나섰다.

종합계획은 △걸어서 10분 우리 동네 도서관 확충 △시민 1인당 연간 20권 이상 독서 △시민 1인당 장서 2권 이상 △마을공동체 거점으로서의 도서관 △도서관 운영의 질 향상 등 5대 목표 아래 종합적ㆍ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된다.

계획안에 따르면, 인구 9만명당 1개소 수준(120개소)인 공공도서관을 2015년까지 99곳 추가, 2030년까지 1372곳으로 확충해 ‘서울 어디에서나 10분 이내’에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특히 저소득층 밀집지역 도서관 건립을 지원하는 한편, ‘명사의 작은 도서관’, ‘여행하는 도서관’ 등 다양한 유형의 도서관도 건립한다. 이와 함께 서울시내 곳곳의 도서관도 북카페나 지역특성을 살린 맞춤형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해 도서관이 주민들이 모이고 소통하는 ‘마을공동체의 거점공간’이 되도록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밖에도 최근 개관한 ‘서울도서관’이 종합계획을 실행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되며, 25개 자치구마다 ‘자치구 도서관 네트워크’를 마련하고, 지역의 작은 도서관, 전문도서관, 대학도서관, 학교 도서관과의 유기적인 협력ㆍ운영 체계를 구성한다.

◆서울시 자치구 ‘책 읽는 마을, 마을마다 도서관’

용산구청 북카페 '청마루'
관악구 도서관과를 비롯해 종로구ㆍ성동구ㆍ성북구ㆍ은평구ㆍ도봉구ㆍ노원구ㆍ서대문구ㆍ마포구ㆍ양천구ㆍ강서구ㆍ구로구ㆍ동작구ㆍ금천구ㆍ송파구 등 15개 자치구가 도서관 전담팀을 꾸리고 체계적인 도서관 관리를 시작했다. 마포구의 경우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청사 내 공공도서관 설치 사업이 선정돼 시비 10억원과 구비 2억2900만원을 투입, 내년 8월 개관을 목표로 구청 12층 강당에 470㎡ 규모의 도서관을 건립한다. 구 관계자는 “책 읽는 도시 마포 조성을 위해 교육과 문화, 정보 전달의 중심역할을 하는 공공도서관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본지 칼럼을 통해 ‘책 읽는 송파’ 사업을 소개한 박춘희 송파구청장은 “책 읽는 송파 사업을 통해 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했다”면서 버스정류장 앞의 두 줄 책장, 석촌호수 내 공원속의 책장 등 주민 접근성을 높이는 사업들과 최근 EBS, 숭실대와 연계해 추진 중인 ‘책 읽는 택시’라는 이색사업도 언급했다.<본지 1150호 ‘단체장칼럼-올 가을, 무엇을 물려주시겠습니까?’ 참조>

구청 10층에 설치된 북카페 ‘청마루’, 서빙고동 ‘자유다’, 보광동 ‘꿈꾸는 책마을’ 등 동주민센터에 마련된 북카페. 지역여건에 맞는 작은 도서관 수준의 ‘북카페’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용산구 또한 동네 사랑방으로서의 도서관을 실현하고 있다.

자치행정과 박윤석 주임은 “민선5기 들어 ‘소통’을 강조하면서 마을문고를 북카페로 전환해 ‘소통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관내 16개 동 중 6개 동에 마을문고가 있는데 마을문고 활성화 차원에서 3300만원을 들여 보광동 1층 로비를 북카페 ‘꿈꾸는 마을’(30㎡, 장서보유 2000여권)로 전환한 사례나 서빙고동 1층 치안센터 자리에 최초로 조성한 북카페 ‘자유다’(60㎡, 2400여권) 등이 있다. 이곳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동주민센터가 따뜻해졌다’고 말씀하신다”고 평가했다.

향후 용산구는 후암동 마을문고를 북카페로 전환하고, 원효2동 주민센터 공간을 재배치해 북카페로 조성하며, 용문동은 공간 확보 후 북카페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집 가까운 도서관이 가장 좋은 도서관’

열악한 재정환경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지식행정’을 선택한 유종필 관악구청장. 이의 정점에는 ‘도서관 사업’이 있다. 구는 2010년 10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도서관기획팀ㆍ도서관운영팀ㆍ도서관시설팀 등 3개팀 11명의 직원으로 도서관팀을 신설, △10분 거리 작은도서관 확충 △새마을문고의 작은도서관화 △지역도서관 간 통합 이용서비스 △도서관내 복합문화공간 조성 등 6대 중점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첫 도서관과장이었던 심제천 홍보전산과장은 “도서관도 복지 시각에서 봐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집 가까운 도서관이 가장 좋은 도서관”이이라고 강조하며, “관악구는 민선5기가 시작되고 현재까지 14개의 도서관을 추가로 조성했다. 도서관 건립에 60~70억원의 비용이 든다는 점을 감안해면 최소의 경비로 최대효과를 확보할 수 있는 작은도서관이 답이다”고 설명했다.

양적 팽창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용자가 없는 텅빈 도서관은 의미가 없다. 작은도서관의 경우는 장서부족도 문제다. 이에 구는 ‘U-도서관’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RDIF에 기반한 도서관리시스템 도입,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도서관’과 상호대차서비스인 ‘책나래’ 운영, 관내 도서관을 온라인으로 연결한 통합도서관 네트워크(도서관 16개소, 34만권 통합) 구축 등의 사업을 시도했다.

특히 구는 ‘U-도서관’으로 행정안전부 사업공모에서 1등을 차지해 받은 2억4000만원을 포함, 예산을 투입해 서울대입구역ㆍ신대방역ㆍ봉천역ㆍ낙성대역 등 4개 전철역에 무인도서 예약대출기 U-도서관을 설치했다. 또한 신림역에는 올 연말까지 ‘스마트도서관’을 설치해 관내를 통과하는 모든 전철역에서 U-도서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사람이 모이는 도서관’ 조성을 위해 복합문화공간으로의 기능을 강화했다. 지난해 6월 관악문화관ㆍ도서관 1층에 문을 연 취업정보센터 ‘잡오아시스’는 관악구 도서관의 특별함을 보여준다. 현재 이곳에서는 전문직업상담사가 배치돼 1:1 맞춤형 취업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성과는 취업상담 747건, 구인(642) 구직(132) 등록, 취업 182건에 이른다.

그밖에도 작은도서관이 ‘동네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특화된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한다. 최영진 도서관기획팀장은 “도서관 위치 등에 따라 이용객이 천차만별이다. 유인책이 필요하다”면서 “책이랑놀이랑 도서관은 어린이에 특화된 도서관으로 책도 보고 놀이도 즐기는 도서관이다. 이로써 마을공동체 형성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林志元 기자 / sijung1988@naver.com

컨테이너ㆍ전화부스 ‘나도 도서관이다’
동네 사랑방 역할 ‘소통하는 도서관’ 대세
동대문구 이문동 ‘모두’ 다문화 특화 도서관


관악구 낙성대공원 도서관
도서관에 동네 사랑방 역할을 더한 ‘소통하는 도서관’이 인기다. 용산구에서 운영 중인 북카페는 물론 같은 발상에서 나온 컨테이너 도서관 ‘낙성대공원 도서관’도 주목해볼만하다. 지난해 6월 낙성대 공원에 적색 컨테이너 두 개 동(46.74㎡)이 들어선 것. 10석 내외 열람석과 3000여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또 매년 700만명 이상의 시민이 찾는 서울의 대표적인 등산 명소 관악산. 폐쇄된 관악산 녹지 초소를 리모델링해 2008년 10월24일 개관한 관악산 시(詩)도서관. 현재 어린이 관련 도서와 환경관련 도서 2000여권이 비치돼 있다. 관악산 입구에는 5월 만남의 도서관이 개관했다.

‘책으로 부적이는 성동구를 만들자’는 독서진흥운동을 펼쳐온 성동구는 이색 도서관으로 공중전화부스를 개조해 만든 도서관 ‘책뜨락’, 구청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기증해 만든 북카페 ‘수북수북(手Book手Book)’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구로구 개봉동 한 주택가에서도 전통한옥의 이색도서관을 찾을 수 있다. 얼핏 문화유산처럼 보이지만 지난해 4월28일 개관한 ‘글마루 한옥어린이도서관’이 그 주인공. 건물 전체가 한옥양식인데 주변에 전통 정원까지 꾸며 한국적 운치를 더한다. 도서관은 자료실과 좌식열람실, 지식나눔방이 있는 주동(향서관)과 한옥ㆍ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대별동(성학당)으로 구성돼 있다.

또 다른 이색도서관으로 한국점자도서관은 1969년 종로에서 개관, 1997년 강동구 암사2동으로 이전했다.
1층에는 점자책자 제작실이, 3층에는 녹음도서 제작실이 있어 다양한 대체자료를 제작하고 있다. 2층에는 장애로 인해 책을 읽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점자도서, 점자라벨도서, 촉각도서, 녹음도서, 큰글자도서 등을 비치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4만 가구가 넘는 다문화가정을 위해 지난 2008년 9월 동대문구 이문동에 문을 연 도서관 ‘모두’도 있다. 다문화 복지와 지역공동체 형성에 특화해 문을 연 도서관은 ‘모두’가 최초다.

지역시민단체 푸른시민연대가 STX,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의 후원으로 설립한 이곳에는 네팔ㆍ몽골ㆍ이란 등 12개국 도서 7000여권과 국내 도서 1만2000여권이 국가별로 체계적으로 비치돼 있다.

우리나라 작품의 번역 및 출판을 지원해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한국문학번역원에서도 그동안 소장하거나 수집해 온 번역도서를 모아 지난 2007년 도서관을 개관했다. 현재 29개국 언어로 번역된 번역서와 한국어 원서 등을 포함한 7500여종의 단행본과 한국 작가의 해외활동 자료, 어학사전, 번역 이론서, 비도서 자료, 정기간행물 등을 비치하고 있다.

그밖에도 작은 아이디어로 도서관을 조성한 사례로, 관악구 버스정류장 간이도서관과 신대방역 공중화장실, 봉림 아름다운 화장실에 설치된 미니도서관도 이색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