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지원보다 활동 촉발하는 지원시스템 개발이 필요
직접 지원보다 활동 촉발하는 지원시스템 개발이 필요
  • 시정일보
  • 승인 2012.11.2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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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구원 정책리포트/ 마을문화활동의 실태와 활성화 방안


동아리 활동 가장 많고, 잡지-카페-서점 운영 순
문화활동에 대한 참여 만족도는 대단히 높아
삶과 지역만족도에 깊은 영향을 미쳐

서울시 <마을예술창작소> 등 인프라 확충에 주력
향후 자발적 자생적인 활동움직임에 맞춰 지원 필요

[시정일보]최근 들어 마을단위의 문화활동들이 증가하고 있다. 2008년부터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마을단위 문화활동은 2011년 이후 크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박원순 시장이 새로 취임해 마을공동체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부터 마을문화 활동은 공동체 회복 차원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Ⅰ. 마을 문화활동의 현황

마을단위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문화활동은 그러나 아직은 적은 상태다. 마을공동체 회복이 이루어진 ‘성미산 마을’, ‘삼각산 마을’, ‘성대골 마을’ 등에서 일부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다. 나머지 대부분은 개인적 차원에서 자기욕망이나 필요에 의해 하는 활동들이다.
절대적 수로 보자면 동아리활동이 가장 많다. 그러나 지역별 분포형태로 보면, 잡지운영 등이 가장 많고, 카페나 서점운영 등 커뮤니티 공간운영이 그 뒤를 잇는다.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특히 눈에 띠는 것은 매력적인 경관을 갖고 있거나 사라져갈 지역경관을 갖고 있는 지역이다. 이들 지역에는 지역경관의 변화를 기록하고, 그 변화를 지키고자 하는 여러 잡지들이 출몰한다.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을 지키는 ‘헬로 가로수길’, 홍대를 살펴보는 ‘스트리트 H’, 경복궁 역 서촌지역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시옷’, 이태원의 주민일상을 기록한 ‘이태원 주민일기’ 등 많은 잡지들이 오늘날에도 발행되고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이런 경관의존형 활동들이 특히 많다. 또한 대부분 마을활동이 이루어지는 지역을 보면 지역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2~3층의 낮은 건물로 이루어진 주거지역에서 주로 발생한다. 때문에 마을문화활동의 촉진 및 육성을 위해서는 지역경관에 대한 관심과 자기 삶터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는 게 필요하다. 자기지역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만 문화활동도 일어난다는 것이다.

Ⅱ. 마을문화활동의 효과와 주요사업

문화활동이 갖는 가치는 무엇일까? 우리는 마을문화 활동이 갖는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마을문화활동에 참여하는 주민과 그렇지 않은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같은 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마을문화활동이 삶의 만족도와 자기가 사는 지역에 대한 만족도를 크게 높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선, 마을문화활동에 참여하는데에 대한 만족도를 물어봤다. 조사결과 5점 만점에 4.11로 매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불만족한 비율은 불과 1.4%였다. 더불어, 마을문화활동에 참여하는 주민과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삶의 만족도를 물어본 결과, 참여시민과 그렇지 않은 시민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날 정도로 마을문화활동에 참여한 주민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만족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만, 서울시정에 대한 만족도는 차이가 없었는데, 이는 마을문화활동과 서울시 문제는 별개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내 삶과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한 만족도는 높일망정 서울시 전체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데 는 별로 기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은 어떨까?

마을에서 활동하는 전문활동가들은 마을활동에 대해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응답자 중 47.4%가 ‘만족한다’에, 53.6%는 ‘매우 만족한다’로 응답했다. 이들은 모두 서울시 사업에 큰 공감을 나타냈는데, ‘시민들이 아직 마을을 만들어 갈 준비는 되어 있지 않지만, 조금만 자극을 주면 마을을 중심으로 뭉칠 것이다’라는 견해를 보여주었다. 공동육아, 공동돌봄, 생활협동 등 점차 공동체적 문제해결이 중시되는 사회현실에서 공동체로의 진화, 즉 마을화의 현상은 하나의 흐름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서울의 현재 여건 상 마을공동체 형성이 필요하다’란 항목에 97.4%의 전문가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Ⅲ. 서울시의 사업과 정책방향

서울시는 현재 마을공동체 사업을 4개 분야, 35개 사업으로 나타고 추진 중이다. 사업에는 총 714억원 정도가 투자될 전망이다.

 

이 중 문화사업은 핵심을 차지한다. 주요 문화관련 사업을 살펴보면, ‘마을예술창작소’, ‘북카페’, ‘미디어문화교실’, ‘마을미디어센터’, ‘마을박물관’ 등이다. 대부분 사업은 마을주변에 주민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 인프라를 넓히는 것으로, 향후 주민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마을예술창작소> 이미 운영되고 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올해 17개소를 선정, 다양한 활동이 전개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북까페는 기존의 작은도서관을 까페형태로 변경하여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사업으로, 미디어교실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는 디지털 카메라나 영상장비, 컴퓨터 편집 등을 가르쳐 미디어활용능력을 높이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마을마다 주민들이 갖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나 기념이 될만한 물건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마을박물관 조성도 추진할 계획이다. 가히 마을의 활동을 지원하고, 역사를 보전하며 전수해나갈 새로운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마을문화 관련 시설이 잘 조성되고 운영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민 분들의 관심과 요구가 필요하다. 때문에 시는 이를 위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마을학교를 운영하는 한편, 마을에 관심있는 활동가를 중심으로 주민욕구를 개발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마을을 만들어 가는 계획을 수립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미 마을계획수립 등과 관련하여 공모사업을 추진한 바 있으며, 향후 이 사업은 더 커질 전망이다.

마을문화 활동을 만드는 것은 주민들이다. 주민이 아닌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게 마을문화다. 때문에 서울시는 직접적으로 사업에 참여하기보단 시민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필요한 재원이나 지원아이템들을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주민이 중심이 돼, 주민이 이끌어 가는 마을을 만드는 게 서울시의 꿈이자 비전이다.

Ⅳ. 마을사업은 미래를 위한 준비,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 필요



서울은 매우 바쁜 도시다. 24시간 돌아간다. 주민들의 삶도 마을보단 도시전역에 걸쳐있다.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고, 심지어는 시 외곽까지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에게 모두 마을생활을 하라는 건 무리다. 바쁜 도시생활에서 마을활동은 사치일지 모른다.

그러나 미래를 생각하면 마을활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점차 노령인구가 늘어나고 1인가구나 중심이 되는 환경을 생각하면 가족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같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다. 서로 돕고, 이웃하지 않는 한 미래에 있어 삶이란 불안하기 그지없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마을공동체 회복사업이란 그런 주민들 간의 관계, 신뢰의 정서회복을 목표로 한다. 주민 간 서로 믿고 살며, 의존하는 경제를 만들겠다는 게 꿈이다. 문화사업은 이런 마을을 만들어 가는 매개체이며, 마을에 애정을 만들도록 하는 계기다. 이 사업은 단순간에 되는 사업은 아니며, 시민들의 생활패턴과 지역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는 그 순간까지 지속되어야 할 사업이다. 성과가 없다고 조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대비다. 우리가 서로 믿고 신뢰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도록 하는 것, 그것이 마을사업의 요체요 중심이다. 그런 점에서 마을공동체를 회복하고, 주민 간 관계와 문화를 만들어 가는 사업에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한 때이다.
라도삼/ 서울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