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함께 하는 시민의 힘
서울시와 함께 하는 시민의 힘
  • 시정일보
  • 승인 2005.01.1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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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칼럼 / 박정철 논설위원




벽돌 공장에서 일하던 존은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쏟아지는 비로 인해 엉망진창이 된 마을 앞길을 지나게 되었다. 모두들 옷자락을 움켜쥐고 힘겹게 걸으면서 불평만 할 뿐이었다. 존은 순간 그 길을 벽돌로 포장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다음날부터 존은 얼마 안 되는 자기 임금에서 날마다 일부를 떼어 벽돌 한 장을 샀고 길에 깔기 시작했다. 그 소문은 마을 전체로 번졌다. 그리고 존의 행동을 통해 자신들의 모습을 반성한 마을 사람들은 길을 포장하기로 하고 힘을 모았다.
이 소년 존이 바로 존 워너메이커이다. 훗날 그는 미국 초기 백화점 가운데 하나를 설립했고, 백화점 왕이 된 뒤 자신의 부를 사회로 환원하기 위해 미국과 전세계에 YMCA건물을 수없이 지어 주었다.
국내 연구소 및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의 국제기구는 2005년 한국경제가 2004년 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지역경제도 마찬가지이다. 요식업 주인들의 솥단지 시위에서도 보듯이 요즈음 서민들은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이 어려운 시기에 정치권이 경제살리기 보다 명분뿐인 개혁논리에 빠져 정치적 싸움에만 몰두하는 것은 국민들의 정서와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편 서울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청계천 복원사업, 재리시장 활성화, 버스체계 개편사업, 뉴타운 사업 등 일련의 사업들을 추진해가고 있다. 초기에는 전시행정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았으나 2년간 충실히 실행된 사업들은 이제 그 자리를 잡아 나가고 있다. 사업진행 동안 갖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상당수 서울시민은 지금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하나하나 다시 살펴보아야 할 점이 있다. 서울시가 시민과 함께 더 나은 환경에서 풍요롭게 살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그 근본목적이 훼손되지 않도록 꼼꼼히 살펴야 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 서울시가 발표한 ‘지역균형발전사업지구 추가지정 및 확장 절차개선방안’은 적절한 보완책이라고 보아진다. 이는 개발 예산확보와 부동산 투기에 급급할 수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자치행정기관의 고민을 풍부하게 하고 지역민의를 수렴하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정책과 행정적 보완수단 위에 각 지역 구청과 시민들은 효과적인 활용과 참여로 살기 좋은 자치구의 청사진을 현실화 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얼마 전 동대문 패션상가 50명의 상인들이 ‘FNG(패션 뉴 제너레이션)협회’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이들은 중국의 싼 상품들이 동대문에 들어오는 것에 대한 자구책으로 마케팅, 비즈니스창구를 단일화 하고 공동수출판로 개척을 시도하기 위해 협회를 결성한다고 했다.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서울시의 패션중심도시 개발계획에 힘을 더하는 중요한 시민 실천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시민의식의 성장과 그 실천에 박수를 보낸다. 서울시의 도시기본계획은 강남북의 균형발전과 동북아 거점도시의 실현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릇이 만들어지면 그 그릇을 채울 내용이 있어야 할 것이다. 동대문 상인들의 이러한 활동이야말로 그릇을 채울 좋은 내용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백화점 왕 존 워너베이커가 놓은 한 장의 벽돌은 그것을 본 주민들을 감동시켰고 함께 놓은 벽돌은 비 오는 날에도 모두가 편안하게 오갈 수 있는 좋은 길이 되었다. 지역경제발전과 행정기관이 놓은 벽돌 한 장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서울시는 꾸준한 솔선수범과 민의의 수렴으로 지역주민을 참여하게 하고 주민들은 선진 시민의식으로 내용을 채워나가야 한다.
사공이 많은 배는 산으로 간다고 했던가. 지금은 논쟁이 아닌 배의 노를 저어 나갈 힘이 필요한 때이다. 정치권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가장 먼저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성장한 시민의식으로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는 지역과 국민들의 노력 앞에 겸허하게 정치적인 책략을 접어야 한다. 2005년 새해 겨울, 정치권이 지역행정과 시민들의 노력에 힘을 더 하고 함께하는 훈훈한 소식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