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쓰레기 처리대책 ‘밑돌 빼 윗돌로 썼다’
음식물쓰레기 처리대책 ‘밑돌 빼 윗돌로 썼다’
  • 시정일보
  • 승인 2013.01.2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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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음식물쓰레기 대란 오나

 

해가지 않은 쓰레기들이 가득 쌓여 있다.  사진은 비가 오자 직원들이 비닐로 음식물쓰레기를 덮고 있는 모습.

 

[시정일보] 2013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일부 자치구 주민들에게 커다란 불편을 안겨줬던 음식물쓰레기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음식물쓰레기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물재생센터에서 처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일단 시민들은 한숨을 돌렸지만, 처리단가 인상 폭에 대해 서울시·자치구와 민간대행업체 간 틈새가 여전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본지에서는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놓고 벌어졌던 갈등의 원인을 소개하며,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단가 12만7000원으로 올려 달라
업체요청 자치구 거부…문제발생

22일 오후 2시 서울시청 기자브리핑 룸. 서울시 임옥기 기후환경본부장은 “금주 안으로 음식물쓰레기 처리문제가 완전히 해결 된다”고 말했다. 성북구·관악구 등 일부 자치구에서 음식물쓰레기 수거·처리비용 단가인상에 합의하지 못해 쓰레기 수거가 이뤄지지 않아 음식물쓰레기 봉투가 주택지역 등에 수북이 쌓이며 주민들 원성을 산 지 10여일 만이다. 이날 임 본부장은 “물재생센터에서 음식물쓰레기 폐수를 처리하고, 음식폐기물처리시설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사단법인 한국음식물폐기물자원화협회(이하 자원화협회)는 금년 1월1일부터 음식물쓰레기 폐수의 해양투기가 금지됨에 따라 폐수처리 단가 인상을 요청했다. 자원화협회는 톤당 처리비용으로 12만7000원을 요구했고, 자치구는 인상요인은 있지만 업체별로 처리방식·규모 또는 해양배출 비율 등에 따라 비용이 다른 데도 일률적으로 12만7000원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보고 가격인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원화협회는 이에 대해 ‘혹한으로 기계 고장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음식물쓰레기 수거를 거부하며 맞섰다.

 서울시는 음식물쓰레기 수거 거부로 인한 주민불편 등이 불거지자 지난 14일 자원화협회, 자치구 담당과장 등이 참석하는 회의를 개최했다. 시에 따르면 이날 회의는 ‘음식물쓰레기는 우선 정상적으로 수거하고, 서초구 처리단가 용역이 나오는 2월 중 합리적인 가격협상을 진행하자’고 합의한 것으로 결말냈다. 그러나 가격문제로 인한 이견으로 혼선이 벌어져 수거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에 따라 17일에는 환경부 주관으로 서울·경기·인천 담당과장, 자원화협회 간 회의가 열렸다. 18일에는 서울시 자치구과장 회의에서 계약 전이라도 음식물쓰레기 정상수거를 독려하고, 표준단가산정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가격협의를 실시하겠다고 협의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자원화협회 요구액과 시·구 과장, 자원순환사회연대 등 관련단체 전문가 등 11명으로 ‘표준단가산정위원회’를 구성해 인상가격을 결정하고 이달 말까지 최종합의를 도출한다는 계획을 정했다. 또 민간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체가 처리할 수 없는 폐수는 모두 공공처리시설에서 맡도록 하고, 대신 처리에 따른 사용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님비현상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

그러나 음식물쓰레기 처리와 관련한 서울시의 이번 계획은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처리시설이 확충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책의 실효성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역시 이런 문제를 감안해 음식물폐기물 처리시설을 현재 5곳에서 8곳으로 확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우선 민간업체가 처리할 수 없는 경우를 상정해 하수처리장에서 연계 처리하기로 했다.
2012년 10월 현재 민간업체가 처리하는 음식물쓰레기 폐수는 1일 428톤. 시는 중랑물재생센터에서 100톤, 서남물재생센터에서 300톤을 처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금년 3월까지 강동 음식물폐기물처리시설 하루처리용량을 240톤에서 360톤으로 50% 늘리고, 250톤 용량의 강서 처리시설을 2016년까지 앞당겨 건설하는 한편 민자 유치를 통해 중랑 처리시설(200톤/일)과 은평 처리시설(100톤/일)을 2018년까지 완공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음식물폐기물 처리시설 신설에 따른 주민들의 반대. 이른바 혐오시설 입지를 반대하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현상이다. 은평·중랑 처리시설이 지지부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통상 이런 처리시설을 건립하려면 적어도 4~5년이 소요되지만 주민이 반대하기 시작하면 계획을 철회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시설 건립계획을 추진하다가 주민반대로 무산된 성동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민선4기 시절인 2008년 성동구는 중랑물재생센터 지하에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시설을 건립하기 위해 부지매입비로 서울시로부터 32억을 받았다. 성동구는 이와 관련, 의회에 그해 11월 구유재산관리계획변경(안)을 상정했지만 11월4일 개최된 제162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찬성 6명, 반대 4명, 기권 4명으로 안건은 부결됐다.
당시 성동구는 지하 20m에 자원화시설을 설치하는 까닭에 냄새 등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예정입지 인근지역인 용답동·사근동·마장동 주민들은 극력 반대했고, 이곳을 지역구로 하는 이석권·김달호 의원도 주민과 함께 반대대열에 섰다. 이들은 제162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자원화시설 설치계획은 해를 두 번이나 넘겨 2010년 1월까지 이어졌으나 같은 해 6월 치러진 제5회 지방선거에서 구청장이던 이호조 씨가 패배했고 건립계획은 결국 백지화됐다.
그런데 성동구의 사례는 ‘님비’ 현상 외에도 정치적 역학관계가 작용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2008년 11월4일 표결을 앞두고 진행된 찬반토론에서 반대토론을 벌인 이석권·김달호 의원은 민주당 소속이었고, 찬성 토론한 김동중·박중현 의원은 구청장과 같은 한나라당 소속이기 때문이었다.

문제 생기자 ‘부랴부랴’ 대책마련
쓰레기봉투 값 인상 등 문제남아

음식물쓰레기 처리와 관련, 서울시·환경부 등의 안이한 대처도 도마에 올랐다. 음식물쓰레기 폐수 해양투기를 금지하는 ‘런던협약’이 2013년 1월부터 시행예정이었지만 모두 대책마련에 소극적이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자치구 청소행정과장은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대책을 수립했어야 했는데 서울시는 서울시대로, 환경부는 환경부대로 기초 지자체에만 책임을 미뤄왔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폐기물 수거·처리는 기초단체장 업무지만 처리시설 건립은 국가와 광역단체에서 맡아야한다”고 말했다.
또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실시로 인한 규격봉투 가격과 공동주택 세대 당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현재 1300원)도 인상될 것으로 예상돼 문제로 남는다. 서울시는 현재 가격인상을 논의한 바가 없다고 강조하지만, 22일 브리핑에서 “현재 40~50%인 시민부담률을 80%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2월중 음식물쓰레기 처리단가가 결정될 경우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方鏞植 기자 / bays1@sijung.co.kr


■ 음식물쓰레기 처리 해외 사례

런던 협약에 의해 올해부터 해양투기가 금지되면서 쓰레기 대란 우려가 나오고 있고 가운데 음식물쓰레기 감량화에 대한 문제로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선진국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전력으로 생산하거나 미생물로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英 음식물 쓰레기 퇴비 이용 발전소 건립

영국 웨일즈 북부 세인트 아새프 지역에 위치한 플린트셔(Flintshire), 콘위(Conwy), 덴비셔(Denbighshire) 등 3개 도시는 음식물쓰레기로 전력을 생산하는 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이들 도시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는 연간 2만여톤으로, 세 도시들은 750만 파운드(약 132억)를 투입, 덴비셔시에 발전소를 건립했다. 발전소를 통해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퇴비로 전력을 생산하게 되며, 자체 충당 전력은 물론 인근 2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것으로 기대된다.

美 싱크대에 분쇄기 설치 하수도로 배출

미국의 경우 60% 이상의 가구에서 디스포저 방식의 음식물처리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지어지는 모든 주택에는 의무적으로 디스포저 방식의 음식물처리기를 설치하도록 했다. 이 장치는 보통 싱크대 밑에 부착하게 되며, 음식물쓰레기를 물과 함께 분쇄해 하수도로 나가게 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넓은 하수관, 90%이상 되는 하수종말처리장, 환경적인 접근에 의한 자원화방안이 뒷받침돼서 디스포저 방식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우리나라는 인프라 구축 및 관련 법령 등이 미흡해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日 미생물 활용 가정에서 건조시켜 소각

일본은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방안으로 미생물을 택했다. 미생물을 낱개 포장해 판매하고 있는 것. 미생물에 의한 소멸방식은 우리나라보다 10여년 앞서 시작한 것으로, 앞마당 등에 음식물 쓰레기통을 설치, 음식물을 버리면서 미생물을 같이 넣어주는 방식이다. 또 일본은 수거 후 각 가정에서 건조기를 통해 소각 처리하며 집안에 있는 화초에 거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獨 바이오가스 발전, 검은 가루는 퇴비 활용

‘뮬타우허(쓰레기 잠수부)’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난 독일. 뮬타우허는 저녁시간 대형 슈퍼마켓 쓰레기 컨테이너에서 유효기간이 지나 폐기처분된 빵과 요구르트 등을 날짜별로 신선도를 구분해 먹는 일부 독일인들을 뜻한다. 특히 독일은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시켜 얻은 바이오 가스로 발전기를 친환경 전기와 질 좋은 퇴비를 동시에 생산해 음식물 쓰레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盧載爀 기자 / sijung1988@naver.com

최대 이슈 / 음폐수 처리비용 갈등 ‘쓰레기대란’ 촉매

자원화협회, 톤당 12만8천원으로 인상 요구
16개 자치구 년 300억원 추가부담 ‘재정압박’

1993년 가입한 런던협약에 따라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음식물쓰레기 처리과정에서 나온 음폐수를 바다에 버릴 수 없게 됐다. 아직 한달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육상 정화처리 장치 부족 등의 이유로 제2차 쓰레기 대란이 예고되는 실정이다. 시설 부족이 가장 큰 문제겠지만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 인상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와 해당 업체 간의 대립도 앞으로 닥쳐올 ‘쓰레기 대란’에 긴장감을 더 한다.

환경부는 음식물쓰레기 처리가 지자체 고유업무로, 수거비용은 지자체가 각자 조례로 결정하게 돼 있다며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 사실상 중앙정부의 강제수단이 없었다는 것. 예견된 상황이었음에도 지자체의 안일한 대처가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서울 시내 하루 배출되는 음식물쓰레기는 3374톤(2011년 말 기준).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1800톤의 음폐수량이 발생한다. 이중 동대문ㆍ송파구에 설치된 시설에서 각각 하루 180톤, 268톤의 음폐수를 처리하고, 중랑ㆍ난지 물재생센터에서는 각각 250톤, 300톤을, 인천 수도권매립지 침출수 처리시설에서 221톤을 처리하고 있다. 남은 580여톤을 업체에서 담당해왔던 것.

해양투기 대신 육상에서 처리하게 되면 이에 따른 약품처리비, 인건비 인상 등의 이유로 2만5000원에서 3만원 정도의 추가비용이 발생해 음폐수 육상 처리비용은 톤당 7만원 내외로 산출된다. 이런 이유로 톤당 평균 7~8만원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해왔던 업체들이 12만8000여원으로 처리비용 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 현재 이들 업체들은 해양투기를 하지 못한 음폐수 60~70%를 탱크에 저장해둔 상황으로, 2월이면 더 이상의 저장공간 확보가 어려워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자체별 상황을 살펴보면 종로ㆍ광진ㆍ성동ㆍ동대문ㆍ도봉ㆍ서대문ㆍ은평ㆍ송파ㆍ강동구를 제외한 서울시 16개 자치구에서 민간업체에 위탁해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계약이 완료된 자치구는 용산ㆍ중랑ㆍ강북ㆍ양천ㆍ강서ㆍ구로ㆍ서초ㆍ영등포ㆍ강남 등 9곳이며 올해 1월 계약이 만료되는 동작구, 마포구(6월), 관악ㆍ금천ㆍ성북구(12월), 중구ㆍ노원구(2104년 12월) 등 7개 자치구의 위탁업체들도 단가 인상을 요구했다.

지자체에서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들과의 접점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체 해결이 어려운 16개 자치구의 경우 추가 부담액만 연간 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용산구 등 계약기간이 완료된 몇몇의 자치구는 1~2월 임시계약을 맺고 3월 정식 계약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며, 음식물류 쓰레기 자원화기기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동작구를 비롯 각 지자체에서 대책 마련에 돌입했지만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지난 22일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으로는 △음식물 쓰레기 폐음수 초과부분에 대해 임시적으로 기존 분뇨처리시설을 가동 △2018년까지 서울 시내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95%를 처리할 수 있도록 시설 확충 △한국음식물류폐기물자원화협회(자원화협회)와 ‘표준단가 산정 위원회’를 구성해 이달말까지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 단가 책정 등을 제시했다.

이의택 마포구청 청소행정과장은 “단기적으로는 단가인상이 최선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면서 “(시설 확충의 경우)지역 주민들과의 민원 조율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 과장은 “단가인상의 경우 자원화협회에서 획일적으로 요구하는 금액(12만8000여원)이 아닌 업체별 운반거리, 자체 처리기술 등 제반여건을 고려해 차등적으로 예산을 지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林志元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