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눈, 누가 치워야 하지
골목길 눈, 누가 치워야 하지
  • 방용식
  • 승인 2013.02.0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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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3일과 4일 서울에 최고 16.5cm의 눈이 내렸다. 봄의 문턱이라는 입춘(立春)에 내린 적설량으로는 기록적이었다. 2월에 내린 눈으로는 2001년 2월16일 26.4cm 이후 가장 많이 내렸다. 서울과 경기, 인천의 유치원과 초중고교는 월요일인 2월4일 1시간 늦은 등교조치를 발령했다. 지하철은 역마다, 차량마다 사람들로 미어터졌다. 보통 30분이면 너끈했던 지하철 4호선 노원에서 충무로 구간도 1시간 가까이 소요됐다.

눈이 그치자 서울시와 자치구는 제설작업에 본격 나섰다. 서울에서는 인력 1만2000여명과 장비가 총동원돼 눈을 치웠다. 그 덕분에 도로에 쌓인 눈은 말끔하게 사라졌다. 간선도로 보도 위 눈도 한쪽으로 치워져 시민들이 평상시와 같이 걸어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이면도로에는 여전히 눈이 쌓여 있었다. 그나마 양달은 햇볕으로 눈이 녹았지만, 응달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간 후 딱딱하게 굳은 눈이 얼음판처럼 변해 있었다. 세종문화회관 뒤편 이면도로 약 100m가 그랬고, 왕십리역 한양대 쪽 골목도 마찬가지였다. 수락산역 인근 영업을 하지 않는 가게 옆도 빙판이었다. 보행자들은 혹시라도 넘어질까 봐 잔뜩 몸을 구부린 채 종종걸음을 하고 있었다.

이면도로나 골목길 눈이 치워지지 않는 것은 시민의식의 부족 탓이다. 행정기관 차원에서 해마다 겨울이 되기에 앞서 주민들에 ‘내 집, 내 점포 앞 눈은 내가 치우자’는 현수막을 내걸고, 안내문을 배포해도 좀처럼 실행되지 않는다. 2011년에는 ‘눈 치우기’ 조례를 만들어,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범칙금을 최대 1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지만 또 다른 부담을 준다는 비판이 있자 조례제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서울에서는 1843명이 눈길 미끄러짐 사고로 119구급대 신세를 졌다. 이중 148명이 손목이나 발 등에서 골절상을 입었다. 상황이 이렇다면 행정기관에서 ‘분명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눈을 치우지 않는다면 치우도록 강제해야 하고, 행정기관이 대신 치웠다면 비용을 부담시켜야 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다. 불이익을 주는 것이 어렵다면 눈을 치운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법도 검토해 봄직하다. 공공기관도 청사 부근 눈을 치우는데서 멈추지 말고, 행정서비스 차원에서 취약계층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 이면도로나 골목길 제설작업을 했으면 한다. 밖으로 드러나는 복지만 복지가 아니다.